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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Mar 19. 2017

#열한 번째 별빛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벽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감는다

소리에만 의지하며

가만히 숨죽이고

옆에 있는 벽에 기대어

차분히 숨을 고른다






또 찾아온 것이다

눈앞이 깜깜해지고


다시는 희망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어둠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는 병


공기 중으로 배출되긴 하지만

우울이 조금이라도 차오르는 밤이나

아침의 밝은 햇살이 무채색으로

변할 만큼 무의미함이 공존할 때


발생하는 희귀하고 과학적으로도

풀어내 질 못할 무기력감 말이다

태양의 흑점처럼 낮아 보이지만

높은 온도를 가진 뜨거운 것들이

보이지도 않는 기류가 내 안에


내 귓속에 또 입안에 갇혀

나오질 못하더니


끝내 눈시울 안에

가득 차서 흘러내린다

달아오른 볼끝을 지나


턱끝에서 조금씩 맺혀 방울질 때까지

그때까진, 따뜻하더라 식어갈 나쁜 것들

날 힘들게 했던 또 언젠가는


기쁘게 했었던 그런 시간들일까?


입안에서 꺼내질 못한 말들만

넘쳐나는 이 밤일까?


지우지 못한 그대의

사랑고백 메시지 한통일까?


나는 알지 못하지만 이것만은 남아있다

수놓아진 그때의 설렘 말이다

아직도 튀어나온

기억의 한 면을 어루만지면


존재감 없던 왼쪽 가슴이 뛰어오르니

서서히 빨라져

또 정신이 멍해져 온다

들어갈 시간이 온 것 같아


이 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행복한 것이다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앞으로도 이내 과거에서도 흑백으로

천천히 지나온 부서질 시간들을

짓밟고 서있는 벽이


가득 찬 미로를 걷는 우리들에게는

이글이 조금은 와 닿을지도 모른다

바라볼지도 모른다


사랑한다고 대뜸 고백할지도 모른다

당신의 눈을 쳐다보며 널 미워해 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였어도

이렇게나 잔잔하게나마

남아있는 아픔으로 남고 싶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딱

그 중간 즈음에


벽이 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바뀌어야 할까

또 얼마나 견뎌야 될지


고민과 연민이 교차하며

포물선을 그리며

난 또 눈물을 흘리겠지

이 고통과 희열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이

날 붙잡아줬으면 해



내가 지켜봐 온 많은 벽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개성이 넘치고

사랑하거나 미워했었던 혹은

아직도 교류 중이고 기대고 있는

벽을 설명하려 한다

아마도 공감 가는 벽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조곤조곤 생각하며 써볼 텐데

하나쯤은 있었으면 정말 좋을 거 같아







첫 번째



핏기가 넘치고 매력이

넘치는 빨간 벽


-


향기가 강렬하고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빠져들 수도 있는 그런

시기가 맞지 않아도 사랑하게끔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부류

손끝이 스치지 않았지만 먼저


손을 잡아오는

힘들지 않은 하루였지만


먼저 자기 전에 톡을 보내오는

어장관리인지

아닌지 눈 채채지 않으면


정말 당신의 하루를

망쳐놓을 수도 있는 위험한 타입


사랑은 아닐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워 다가가지 못한다







두 번째




힘없고 나약한 정신을 가진 노란 벽


-


힘들다며 매번 문자나 전화로

수시로 연락이 온다


필요할 때마다 찾으며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시간이 맞지 않아도

언제든지 연락을 주고받는다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나의 고민으로 스며들기도

어지러워지기도 하는


그런 어렵고 복잡한

손이 떨릴정도로 무서운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겉은 항상 밝지만 속은 항상

어두워 위로해줄 수밖에 타입


동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냥 우정으로 단단하게 묶였다고 해두자









세 번째




차가워서 시릴정도로

추워지는 파란 벽


-


만날 수밖에 없는

우연이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는

얼굴을 자주 보고

교류가 잦지만


그런 매번 마주치는

손끝 하나도 차갑고


차가운 말 한마디에

가시가 박힌 그런


시간이 맞을 리가 없는데

나에게는 맞다며 다가와서는


공감이란 1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 타입


순전히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따뜻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위하는 척을 잘하며

챙기는 척을 잘하는

대부분 거짓말쟁이일 확률이 높다


속과 눈빛둘다 가식적인

차가운 것뿐인 타입


나의 마음의 온기까지 빼앗길 수도 있으니

깊어지지 않아야지 싶다








세 개의 벽을 설명해보았는데
공감 가는 벽이 하나쯤은?
있길 바라며 저는
오늘도 벽에 기댑니다
큰 문제와 작은 문제에
수식 가운데 숨어서
주저앉아 눈을 감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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