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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Mar 17. 2017

#열 번째 별빛

나의 글이란 무엇일지 나의 책이 나와야 할 이유

자판을 치는

나의

뭉툭한 손가락

하나하나가

글자의 끝에

다다를 때










걸리는 시간은 단

1초도 되지 않는다.

그 얘기는 즉

당신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수신된다는 것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여서


다른 이야기들


다른 사랑을


다른 이별을


다른 하루를 겪은


우리들을

내손 끝에서 하나로 엮기 시작한다.



줄을 맞춰서 미소 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보 같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대변한다

빛나는 배설물, 또 하나의 눈물

한오라기 굳어있던 입꼬리의 움직임

가슴 한편에 찔림과

동시에 흘러내리는

사랑과 이별의 흔적이랄까요?

그냥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써갈때의 기분은


마치 발가벗겨진


나를 사막에 내려놓고선


시시때때로 지켜보는


낯선 이의 시선

빈틈없는 공책 필기안에

부가설명으로

집어넣는 밑줄과 별표.


외워지지 않는 원소기호들을

부여잡고 억지로

연상해보려 하는

나의 복잡하고 지끈한 머릿속


와도 받을 수 없는 전화

나는 부재중이 아니지만

찍히는 마음을 수신하지 못한

수신 오류인 마음


성공했던 모든 것을 잃고

파산신청을 하고선


풀썩 앉아있는 눈가가 촉촉한 사람


읽지 못하는 외국어밖에

쓰여있지 않은

그림책을 보고 싶어 하는

크지 못한 아이.


어려운 것은 없지만

표현할 수 없다는 것에 있어서

답답함을 느끼는 저예요


그리고 질문.


생각과 시각이

일치하는 날이 올까요?


읽기와 쓰기를

사랑하는 날이 올까요?


그 사람에게 고백할 수 있을까요?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미워했던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내년엔 길거리에서

버스킹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노래를 잘하는 건가요

못하는 건가요?




수많은 질문들을 16년도에

마구 쥐어짜고 던졌고

답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끝내 답은 오지 않았고 그에 비해


나의 글은 그 과정에서


윤기 찬란해지고

새것이 되었다는 사실.









슬픔이면 빛날까 기쁨이면 변할까?


그 누가 알까요,

아픔이라면 알아줄까?


윙크 한 번이면 전해질까 싶기도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 이 시간과


비례한다는 그 사실을

부정해요


꿈의 크기가 작아져

공기로 흔적 없이


사라져도 남아있을지


웃음을 짓는 내가 울음을


터트린 나 말이에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나를 기록하기 시작해.


매 초 매 순간 그 장소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날짜를 거점으로

순환하고

또 뒤돌아서서


아쉬워하고 때때로 감정을 전환해요


빛나지 않는 무언가를

사랑할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으니까


전 그것 하나에 만족하고

오늘도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이것이 그 무엇도 아닌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해도


이것이 그 아무런 맛도 가지지 못한

음식이라도 말이에요


이것이 정답이 아니라도 좋아요 -

문제를 푸는 게 아니니까요


이것이 두툼하지 않아도 좋아요 -

따뜻함을 느끼기엔 충분하니까


이것이 사실적이지 않아도 좋아요 -

현실을 버린지는 오래되었으니

이것은 우울하고 슬픈 것 같아도






가끔 사랑도 첨가하기도 한답니다

들것도 아닌 것이 무겁고 탁한 게

어깨에 앉아서 속삭여요

여느땐 밝고 향기롭기도 하면서

이어폰 속에도 살아 움직이고

여기 있다며 날 툭툭 건드는

생각하게 만들고 또 적게 만들어요

넌 누굴까 끝없이

생각하다가 가장 민감한

세포 중 하나일 거란 결론을 내렸죠





고마운 나의 그대가
내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그저 종이짝인 의미 없는
빈 페이지가 되지 않도록
토라져버린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한 권을 써보도록
헤어져버린 위로와 함께
헤매다 찾은 위로가 되도록
사랑을 잊는 그대에게
사랑을 잊은 제가 전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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