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느 편도 아닙니다만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일단 cj기사는 아닙니다 저와 같은 소속이신 분들은 제 이름을 보고 단박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파업은 노동자의 자유이자 권리입니다
한국, 특히 택배업에서 그 동안 노동자로써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낯설음을 느끼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버스, 코레일, 전철이 파업했지만 누구도 시민을 인질로 파업하느냐고 내부 동료들이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현대, 기아차가 파업할 때 비난하는 여론은 많지만 그것은 더 어렵게 사는 서민이 많은데 당신들같은 고액연봉자들이
파업하느냐는 넋두리에 가깝습니다
어찌됐든 대기업 고액연봉자든 아니든 노동에 애로사항이 있으면 일종의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갑자기 아무 인과관계없이 어느날 아침 “아 못해먹겠네” 하고 이루어지진 않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요청하고 건의했으나 주로 사측에서 교섭을 무시하거나 수용하지 않을 때 일어납니다
특수고용노동직, 개인사업자는 애초에 노조가 성립되지 않는 건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노조설립필증을 받았습니다
전 무척 감격했습니다 새시대가 열렸구나
파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전 뭐랄까 이 산업에 대해 기특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동안 누가 우릴 밟아도 꿈틀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설령 꿈틀대도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는데
이젠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꿈틀해도 되는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니가 꿈틀대도 이젠 법으로 보장을 해줄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입니까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의 이전 역사는 애초에 할 수가 없었고
이제는 할 수 있습니다 선택은 우리 몫인 것입니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다고 틀린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했었다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이랬으니 너네도 이렇게 할 수 있어
라고 하는 건 대단히 폭력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반대로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도 다른 사람처럼 살 순 없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의 법 체계가 기업에게 우호적으로 되어있기때문에 cj측에서 인과관계에 의한 고의성 및 피해사실을 가지고 윽박지를 수도 있습니다
투쟁은 질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쉽게 져버리면 우리는 노동자로써의 지위를 힘들게 얻어내놓고 사측에 쉽게 끌려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남는 건 노동자라는 허울 뿐입니다
노동자라는 허상을 쓰고 이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탓해야하는 건
힘들게 영업하고 집화했는데 배송을 안하겠다고 밥줄을 걸고 엄동설한에 싸우고있는 동료가 아니라
니깟 놈들이 감히 내게 대적해? 라는 태도로 협상에 응하지않는 사측의 태도를 비난해야 합니다
많은 택배업체의 많은 기사님들이 연합된 곳이라 뜻은 다를 수 있습니다 꼭 모두가 같은 의지를 가질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아무리 뜻이 다르다고 총구를 아군에게 겨누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비난, 남 탓입니다
정말 동료를 위하는 것은 진심어린, 복합적인 면이 고려된 대책이 포함된 비판입니다
힘들었던 명절기간이 이틀 남았습니다
제가 일하는 남쪽엔 눈보라가 종일 몰아쳐 잠깐 배송 다녀온 사이 열어놓은 문 사이로 택배박스에 눈이 쌓였습니다
온 몸이 추운데 사람들은 왜 이제 왔느냐,전화번호가 틀린데 틀려서 연락을 할 수 없는데 왜 전화를 안하고 오느냐, 주소가 틀린데 왜 그 쪽으로 배송을 갔느냐는 핀잔을 종일 들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재 인건비라고 생각하니 종일 서글펐습니다.
잘못된 정보의 택배를 주인 찾아주겠노라 악천후에 고생했지만 그 1건의 수수료는 채 1천원이 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인 제 아들도 나가서 컵라면에 음료수를 먹으면 2천원을 넘게 씁니다
긍정적으로 만족하고 사는 태도는 칭찬할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잘못된 것을 으레 옳은 것이라고 믿고 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좀 전에 다른 글에서 누군가 6500개를 하고 500만원 번다는 글과 그 아래 “와 많이 버시는데 지역이 어디냐” 는 글이 저만 슬프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정말 그게 정당한 인건비입니까.
이 업계에 뿌리깊이 박힌 이 <당연시> 여겨지는 <모든 것들을>바꾸기위해 우리는 여기에 모여있는 것입니다
잘못된 것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더 나은 가치를 인정받으셔야하는 택배업계 일선의 소중한 노동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