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파카 May 04. 2016

엄마의 시간

시간을 준비하다


주말아침 나가는 길에

엄마가 나를 불렀다

승석아 엄마는 네가 스물 세 살이라는 게 안믿겨

언제 이렇게 커버렸을까

가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무섭다 엄마는

자식이 크면 남이 된다는대 네가 남이 되는 것도 무섭고

시간이 흘러 엄마가 나이먹는 것도 무서워

영원히 지금 이 시간이면 좋겠다


나도 엄마가 나이 먹는 게 무섭고 지나간 시간이 얼굴에

비춰지는 게 무서워 엄마가 영원히 서른 아홉에 머물렀었으며 아니 그 정도가 아니더라고 지금 나이에 머물렀으면

가끔 엄마 얼굴에 지나간 시간이 비춰져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나는 그저

에이 엄마도 참 이러고 나가는 길을 서둘렀다


엄마는 그렇게 시간이 가는 게 무서우면서도

올려놓은 찜기에서 가지를 꺼내 찢으셨다

가지는 왜 쪘어?

오늘 저녁 반찬에 가지무침 해 먹으려고 쪘지

아침부터 저녁을 준비하는 일은

어머니 나름대로 시간을 준비하는 방법이실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