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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May 04. 2016

무의미의 편지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선물하며

스물이 됐을 때쯤 불문학에 빠져있었어. 샤르트르니 까뮈니 등 실존주의 철학자 부터 로맨시티스트 로맹가리, 그리고 밀란쿤데라까지. 그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바라본 작가는 쿤데라였지. 실존주의보다 더 단순한 '무의미'의 가치를(기회가 되면 실존주의에 대해 알려줄게) 써내려가는 그의 글놀림을 보고있자면 이런생각도 들걸 "만약 화성에 가야한다면 문과생이니까 난 감자대신 쿤데라의 책을 챙겨가야겠다."


 쿤데라는 삶은 무의미 하다는 것을 여러 권의 책을 통해 가르쳤어. 삶의 뒤편엔 아무것도 없다. 소크라테스부터 칸트까지 인간 뒤에는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쿤데라는 인간 뒤편에 있는 것들을 “무의미”라고 부르면서 삶의 유한성, 가벼움을 역설해. 물론 단순히 허무주의를 주장한 건 아니야. 우리의 의미가 없으니 그저 기분 좋을 일을 하자는 거지. 하면 기분이 좋은 것들.


 물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삶이 무거워 보이기도하고 어떨 땐 한없이 가벼워 보이기도 해. 처음 읽을 땐 내가 한 없이 무거웠을 때여서 그럴까 한없이 무거워 보이기도 하다가 그 다음 읽을 땐 조금 더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결국 몇 번을 읽어보니까 그 두 가치를 균형감있게 쿤데라가 썼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 그러니까 한 번 읽고 책장에 넣어두지 말고 생각 날 때 마다 다시 꺼내서 보는 그리고 무의미의 철학을 배우는 그런 책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책의 한 구절을 남길게 무의미를 사랑하길 바라


       "다르델로, 오래전부터 말해주고 싶은게 하나 있었어요.것 하찮고 의미없다는 (l'insignifiance)것의 가치에 대해서죠...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어무도 그걸 보려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전혀 쓸모없는 공연...이유도 모른 채 까르르 웃는 아이들...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글이마셔 봐요, 다르델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 l'insignifiance)를 들이마셔 봐요, 그것은 지혜의 열쇠이고,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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