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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an 05. 2022

복 많이 지으세요

 전 세계인의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성경'을 모르고서야 인류의 문화에 숨겨진 상징과 은유, 의미 들을 알아챌 수 있을까. 무엇보다 너무나 무식하다는 자괴감에 빠질 게 분명했다. 내가 20대 후반에 성경을 공부했던 이유이다. 지금도 종교인은 아니지만 그때 배웠던 성경 구절이나 내용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만큼 강렬했나 보다.  


 요즘은 연초를 맞아 성경 속 인물인 '야곱'이 떠올랐다.


 야곱은 차남으로 태어났는데 속임수를 써서 장사인 에서의 장자권을 빼앗는다. 장자권은 엄청난 축복이었기에 야곱이 탐을 내었던 것인데, 야곱은 목표를 이루었어도 죽을 위험을 느껴 타지로 떠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야곱은 타지에서 만든 가족과 가축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지만 여전히 에서가 무서웠다. 그래도 길을 떠났던 야곱인데...도중에 야곱은 천사를 만나 씨름을 하게 된다. 하늘의 존재와 부정한 짓을 저지른 인간의 대결이라는 극적인 모티프 덕분에 성경 속 이 부분은 많은 화가들의 소재가 되었다. 

 

모라초네 作                                                                                     렘브란트 作
들라크루아 作                                                                                    고갱 作

 다른 작품도 많지만 이 네 개의 작품만 보아도 작가의 세계관과 의도가 얼마나 그림을 다르게 만드는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씨름을 하면서도 평온한 렘브란트의 천사, 역동적이고 강인한 남성적 힘과 근육이 강조된 들라크루아의 야곱, 다른 그림보다 더 노년의 인물로 그려진 모라초네의 야곱, 천사와 야곱보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고갱의 작품 등으로 말이다.(그림에 문외한이라 더 깊이 들어가기에는 한계가..쿨럭)


 그런데 이렇게 천사를 만나 씨름을 하게 된 야곱의 말이 놀랍다. 


 나에게 복을 주지 않으면 놓지 않겠다


야곱은 천사에게 이런 말을 하고 허벅지가 다치는 부상에도 천사의 축복을 기어코 얻어낸다.




 왜 이렇게 미천한 바닥을 드러내며 성경과 그림 이야기를 하는지 갸우뚱할 독자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연초'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에는 늘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한데 생각해보니 '받으세요'라는 말에는 복을 주는 주체와 받는 대상이 있다. 누군가가 주어야만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말에는 누가 주지 않더라도, 수동적으로 복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삶과 운명을 만들어가는 주체성과 적극성이 담겨 있다.


 인간인 에서가 인간과 비견도 할 수 없는 천사와 씨름을 해 복을 쟁취했던 것처럼

 우리도 수동적으로 복이 떨어지겠지 하며 기다리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그러면 그렇지, 좋은 일이 생기겠어?',  '올해도 살아보니 별 거 없네'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나 또한 다르지 않다. 또르륵) 그러나 많은 사람의 행복을 빌고 싶은 나로서는 오지 않는 복이라도, 어찌 됐든 우겨서라도, 떼를 써서라도, 혹은 노력을 해서라도 복스러운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복을 짓자.   


 

 복스런 한 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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