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광나무꽃
"아. 스트레스 받아. 꽃 사러 가고 싶다~~"
요즘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겠지만 나는 요즘 스트레스를 받으면 꽃을 사는데 돈을 쓰고 싶다.
하나하나 꽃 종류가 늘어날 때마다 식물이 자라고, 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모습을
바라보고 기다리고 기뻐하고, 초조해하며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30분도 집중이 안 되고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마당에 나가 잡초를 뽑는데, 이 잡초가 쏙쏙 뽑힐 때 얼마나 머리가 단순명쾌해지는지.
이어달리기하듯 한 꽃이 지면 다른 꽃이 피며 봄부터 가을까지 공간을 수놓는
꽃들을 바라보는 것도 하루에 몇 번씩 하게 되는 나의 일과이다.
양수리 꽃가게에서 올봄에 사다 심은 숙근 샐비어와 아주가이다. 사실 숙근 샐비어는 가게 할머니가 00 맨드라미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모야모에 물어보니 사루비아라고 불리는 숙근 샐비어란다. 둘 다 월동이 가능하고 잘 번진다고 해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경사지에 심어 놓았다.
금로매는 작년에 심었는데 올봄 초록 가지가 무성하게 올라오더니 앙증맞은 노란꽃을 피우고 있다. 패랭이는 다년생이고 역시 추운 양평에서도 살아남는 꽃인데, 겨울이면 갈색으로 시들다가 봄이 되니까 새 잎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처음 키워보는 거라 갈색으로 시든 잎이 다시 살아나는 건지, 아니면 새 잎이 올라오는 건지 고민하며 지켜봤는데, 패랭이는 새 잎이 올라오는 식물이다.
불두화는 내가 살았던 첫 전원주택에서의 추억 때문에 좋아하는 꽃인데, 작년 봄에 심었고 올봄에도 꽃을 피웠다. 지금은 두 세 줄기로 사이즈가 작지만 줄기가 무성해지면 그 위용이 대단히 아름다운 식물이다.
설구화는 작년에 선물 받아 심었는데 불두화와 비슷하게 생겼다. 불두화는 부처님 머리를 닮은 꽃이라는 뜻이고, 설구화는 눈송이 모양이라는 뜻인데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잎 모양에 있다.
불두화는 잎이 삐죽삐죽하고 설구화는 잎에 요철이 있고 둥글둥글하다. 잎 모양은 설구화가 훨씬 귀엽다.
애기말발도리도 작년에 선물 받았는데 자꾸 여기저기 옮겨 심어서 살지 말지 걱정했는데 잘 커주고 있다. 지금은 옆에 애기말발도리 두 개가 더 심겨서 삼둥이가 되었다.
고광나무는 작년에 심고 올해 처음으로 꽃을 보는데 하얀 꽃이 피어나는 식물이다.
텃밭의 작물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있다. 토마토에 노란꽃이 피었고, 청경채에도 노란꽃이 피었다. 올해는 게으른 농부에서 벗어나리라 벼르며 부지런을 떨며 심은 감자가 벌써 30센티 이상씩 자라서 꽃이 올라왔다. 자주꽃이 시들고 잎도 시들면 그때가 감자를 수확할 때이다.
아직 5월, 앞으로는 장미가 피어오를 게다. 그런데 벌써 꽃잔치가 시작되었다.
내 마음에도 꽃송이가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