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쌓이고 나서, 잠시 주말 외출로 혼자 시청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브런치부터 블로그까지 전부 내팽개치고 일상에서 도망친 것입니다. 환경을 바꾸면 사람도 변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죠. 부대 안에서는 어떻게 해도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혼자 바깥을 누비기만 해도 희망이 가득 마음에 담겼습니다. 하늘을 쳐다보려면 너무나 새파란 탓인지 선글라스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바람에 손을 앞으로 내미니 떨어지는 나뭇잎이 내려앉았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저 문구였습니다. 라틴어로 알고 있는데, 찾아보니 한 노래의 가사 일부이자, 책에 쓰인 문장 같았습니다.
이 문장이 제게는 2가지 입체적인 측면이 보였습니다.
1. 시간은 누가 뭐라 해도 흐른다.
시간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뒤집는 것은 일상에서 불가능합니다. 궁금한 점은 저는 이 사랑을 찬양하는 문장에서 시간에 주목했는가입니다.
제가 시간이 어서 흐르기를 바라는 희망에서 비롯된 관측이 아닌가 유추해 봅니다.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고, 모두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가 저를 지배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과 함께라면 시간이 멈춘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전역날은 하루씩 다가옵니다. 지금만 해도 말년휴가까지 10일이 남았죠.
앞으로도 제 군생활에는 스트레스가 가득할 것입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이 문장이 제 벗이 되어주겠죠.
2. 사랑은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사랑은 사람에게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것은 수많은 문학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이 사실을 암시합니다. 문학에 사랑에 대한 찬사가 얼마나 많은지는 굳이 설명이 더 필요 없습니다. 저 또한 연애 소설을 쓰는 것이 취미이죠. 여기서 주목한 사랑의 특징은 "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저는 고등학교 때 짝사랑을 하며 제가 성장할 계기를 가졌습니다.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지만요. 결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쪽으로도 사랑은 사람의 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따분한 일상에 조미료를 가미할 수 있다면, 저는 제가 사랑할 사람을 찾고 싶습니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쉬는 동안 스스로에 대해 많은 고찰을 해보았습니다. 전역 후 일상 같은 소소한 계획부터,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죠. 모든 것을 정하고 마지막 마음 정리만이 남았을 때 사랑을 하고 싶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말년병장의 고질적인 병인가 봅니다. 입시와 취업에 치어 살던 제가 여유가 생기고 전역을 앞뒀습니다. 빨간 머리 앤과 같은 청초하고 박식하며 예쁘고 힘찬 분위기를 만드는 그녀를 만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죠. 오만과 편견 첫 문장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풍요한 재산이 있는 독신은 그녀를 원하기 마련입니다.
저도 다아시 경과 같은 누구나 원하는 남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군 생활동안 이뤘던 15kg 감량과 자격증과 책에 관심을 가진 제 노력은 다아시 경과 같은 멋진 남자를 닮아가고 싶었던 마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전역 후 돌아갈 직장도 있으니, 편법으로나마 풍요한 재산이라는 요소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남은 것은 엘리자베스 베넷과 같은 총명하고 외모가 뛰어난 주인공만이 남았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저는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앤이나 베넷 양이나 외모와 두뇌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제가 스트레스에서 이겨내는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말을 주렁주렁 미사여구를 달았습니다. 지금은 안나 카레니나(가장 읽고 싶었던 책)를 읽으며 위시리스트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마음이지만, 시간이 상처를 달래고 있습니다. 조만간 완전히 이겨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10일만 출근을 더 하면 말년휴가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그때까지만 버텨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만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