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블로그에서 형 어릴 적 자고 있는 사진을 봤어. 털도 풍성하고 젊어 보이더라.
자는 모습이 참 예뻐서 사진 밑에 적어뒀었어. 네 마음대로 오래오래 살라고.
집에 형 싫어하는 손님이 와 방에 잠깐 가둬두면 짖고 화내며 침대 위에 똥오줌을 싸는 지랄견이지만,
그 사진을 봤을 땐 다 잊고 진심을 담아 적었었어. 네 마음대로 오래오래 살기를.
절대 늙지 않을 것 같던 형도 늙고 아프더라. 형 고기 잘못 먹고 전신마비 왔었잖아.
그때 난 가족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고통을 처음 느꼈어. 잠도 못 잤고 일도 못했어.
형 그때 화장실 가고 싶은 새벽마다 낑낑거리며 짖었잖아.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누운 채로 일 보고. 형 밑에 깔린 수건이 젖어가며 형도 젖고.
맨날 볼일 보고 그것들 안 밟으려고 싹싹 피하면서 깔끔 떨며 오는 형이었는데.
나 그거 보면서 많이 슬펐다. 울기도 했었어.
그때는 형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건 기대도 안 했어. 제발 걸을 수 있게 해주세요.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게 해 주시고 화장실 가고 싶을 때 화장실만 가게 해주세요.
형은 말도 못 하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못하면 너무 슬프잖아.
찾아 찾아 간 한의원에서 지은 약을 먹고 형이 처음 일어났을 때 있잖아.
넘어지면서 걸었을 때. 나 그때 진짜 기뻤어.
약 잘 먹고 일어나 줘서 고마워. 그 한약 내가 산 거야. 기억해줘.
요즘 형이 백내장이 와 앞을 잘 못 보고 냄새를 잘 못 맡아 간식을 줘도 바로 앞에
두고 못 먹는 것 보면 많이 슬퍼. 얼마나 힘들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래서 볼일 아무 데나 보는 거지? 근데 이건 그러지 마 나 힘들어.
형 늙은 것 보면서 생각했어. 형 마음대로 오래오래 살지 말고아프지 말고 마음대로 살아.
아프면 말이야. 고통이 너무 심해지면 자다가 편안하게 가 주고 가기 전에 알려줘.
간식 다 주고 고기도 줄게. 달라는 것 다 줄게.
우리 집에 계속 개가 3마리였으면 좋겠어.
개인데 사람처럼 사는 형이랑, 사람인 개처럼 사는 나랑 내 동생. 이렇게 3마리.
곰탱이 형. 같이 살아줘서 고마워.
가는 날은 오겠지만, 하루라도 더 같이 있기를.
같이 지내는 하루들이 형도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