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는 내게 도망이었다. 적응하지 못한 회사에서 빛이 사라져 가는 내 삶을 지키기 위한 도망이었다. 그때 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 매일 버둥거렸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 왜 행복한지 물었고 행복에 관한 책을 읽었고 어떻게 하면 저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그때 들은 말 중 지금도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 불행한 사람만 자기가 왜 불행한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 찾아다녔다.
난 보기에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가장 원하는 회사로 이직했고 이직한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였다. 페이스북에서 보던 멋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했다. 남들이 보기엔 행복한 삶이자 부모님에 자랑거리였다. 회사는 내 자랑거리였다. 자부심 가득 안고 출근했었다.
출근할수록 불행해졌다. 난 멋진 회사에 다닐 만큼 멋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난 힙한 카페보다 스타벅스를 좋아하고 예쁜 커피잔보다 종이컵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 공감하지 못했고 그들처럼 일에 애정을 담지 못했고 그들처럼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괴로워했다.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때 다른 모두가 같은 행복을 느끼는 걸 곁에서 볼 때, 누구도 취향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동경하는 사람과 다른 것, 그들과 같아질 수 없는 것을 느끼는 건 큰 불행이었다.
좋은 회사와 동료가 주는 안정감과 자부심이 보기에만 좋은 가짜 행복임을 알았을 때 난 거기서 도망쳤다. 행복해질 자신은 없었지만 거기 있으면 계속 행복한 척 살아야 하는 걸 알았다.
산티아고는 도망이었다. 산티아고에 가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게 아니라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산티아고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