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여일삶 월간 회고모임 #3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한 달이었어. 이사를 했고, 일로 정말 바빴어. 새로 맡은 라이브 커머스라는 일은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이랑은 많이 달랐어. 정교하게 한해의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섬세하게 실해하는 일이랑은 거리가 멀더라. 그저 한 시간의 생방송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다음,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 하는 심장 쫄깃한 일이더라구. 급하게 늙는 기분과 동시에 묘한 쾌감과 중독성이 있었어- 나 이일을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아 :)
드디어 이사를 마쳤어. 출퇴근 도보 10분, 시간도 에너지도 아껴 쓸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집 근처에 방앗간처럼 자주 드나들 편의점, 카페, 빵집, 브런치 집, 마사지샵을 찾아두었고, 새 PT샵을 등록하고, 오피스텔 헬스장에 인적이 드문 시간대도 발견해두었어. 피부과, 치과, 미용실, 등등 등등 아직까지 탐험해야 할 곳들이 많다는 생각에 설렘과 귀찮음이 동시에 몰려오기도 하지만, 새 동네가 썩- 맘에 들어. 헷-
이사를 도우러 엄마 아빠가 주말 동안 다녀가셨어. 1년을 내내 휴가 없이 부지런히 지내시는 분들이라, 휴가 기분을 내드리려고 좋은 식당도 예약하고, 서울 구경도 다녔는데, 그중 가장 잘한 일은 셀프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은 거야. 거울 속에 카메라를 숨겨두고, 거울을 보며 자연스럽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온실에 다녀왔어. 60의 나이에도 당당한 자세와 맑은 웃음을 가진 부모님처럼 늙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지난달 회고에도 우리 팀 자랑을 잔뜩 늘어놨었네 :) 전사가 순환 재택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1~2주간, 매일 사무실 출근에 늦은 퇴근도 불사하고, 4번의 라이브 방송을 무사히, 그것도 너무너무 성공적으로 잘 마쳤어. 테크 리허설도, 외부에서 진행해야 했던 첫 라이브도,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크리에이터들과도 정말이지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자 레퍼런스로 남는 시간들이었어. 호사다마라고 했지. 물론 헤쳐나가야 할 일들도 많았고, 앞으로 더더 많을 테지만, 어쩐지 걱정보다 기대가 앞서, 든든한 우리 지원군들 덕분에 :)
두고두고 기록이 될 장면들, 직접 게스트로 함께 출연도 하고, 우리의 피나는 고민과 노력을 알아주는 시청자들의 주옥같은 댓글들로 뿌듯하고, 또 행복했다.
본캐에 충실하여 열심히 산다는 것은, 마음 챙김과 코칭적인 삶을 산다는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아차림, 명상, 호흡, 모든 것들을 어쩌면 의식 속에 두지 못하고 놓친 채 한 달이 흘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마음 챙김의 노력들이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뼈대가 되어, 그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들을 이렇게 좋은 기억들로만 남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었구나 싶다. 다음 주말에는 꼭 시간을 내서 마음 챙김 책을 몇 줄이라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사를 핑계로 갖고 싶은 물건들을 아주 흥청망청 지르고 다녔다. 덕분에 목표했던 대로 머무르고 싶은 집을 꾸며가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어쩐지 다음 달 카드 결제일이 초큼 무서운걸. 아몰랑- 이 달의 소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티비와 의자. 콘텐츠를 늘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게 늘 일처럼만 느껴져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예쁜 티비와, 편안한 의자를 두니, 그 또한 휴식과 힐링이 되었다.
조금 무리하고 바쁘게 지냈더니 몸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어. 식겁해서 바로 마사지를 받고, 피티샵을 등록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할 것 같아, 앞으로 30분이라도 매일 운동하기를 실천하기로 했어. 겨우 일주일이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로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몸이 조금 무겁고 힘든 날은 자기 전에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어. 건강, 조심 또 조심.
아직까지 진심으로 챙겨 본 콘텐츠는 과나가 유일했는데, 제대로 준며들어 버렸잖아. 예의 바르고, 스윗한 실제 캐릭터가 매력을 한껏 더 해준 것 같아. 오빠라서 더 좋아- 헤헿
브리저튼: 너무 재미있어서 한편 한편을 아끼고 아껴서 봤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챙겨보고 싶었던 미드 하나가 있으면 그게 늘 위안이 되고는 했는데, 브리저튼 챙겨보는 재미로 일과 개인 시간을 그나마 분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일적인 인사이트도 많았지만,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모든 순간이 이 라이브 방송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번 나가면 돌이킬 수 없고,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 그런 시간들을 우리 모두 살고 있는 것 같아. 어차피 매 순간이 그런 거라면 그 시간들을 조금 더 정성스럽게, 조금 더 마음을 다해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4월의 라이브도 힘내보쟛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