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벌써 또 한달이 지났다고?
스여일삶 월간 회고모임 #5
말도 안되, 벌써 또 한달이 지났다니? 아마 이 회고 글쓰기 모임이 아니었다면, 12월이 되어서야 '뭐야 올해가 다 지나갔다고?' 라고 이야기했겠지. 늘 이시간이면 무얼 하느라 한달이 다 지나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바빴지? 하고 머리속으로 빠르게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역시나 일- 일- 일- 외에는 굵은 기억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안일한 마음으로 느슨하게 지내다 식겁 잔치를 할 일이 생겼지 뭐야... 주말 내내 마음 졸이고, 월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천막앞에 줄을 서서 검사를 받고, 그제서야 다시 재택 모드에 다시 내 몸을 적응시키고, 주변을 정돈했어. 이 지겨운 시간이 언제쯤 끝날까- 의식하지 못했던 새에 많이 지겹고, 그 전의 생활이 그리웠나봐. 그치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다시 한번 자중, 조심, 또 조심하기로 마음먹었어
피티를 등록할때만해도 일주일에 두번 수업을 들으면서 이번에는 꼭 혼자서도 운동을 할 수 있게 훈련해야지- 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일주일에 두번 수업을 꾸역 꾸역 들으러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액션이 없었어. 근데 5월의 어느 주간의 아침에 출근 시간을 한참 앞두고 눈이 떠지는 날이 이어졌고,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에 헬스장에 내려가 달리기 시작했어. 봄도 오고 선선해지는 날씨에 한강근처로 이사한 뽕-을 뽑아보겠다며 런닝머신에서 러닝 연습을 시작하리라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기도 했고, 고기, 야채, 과일 위주의 식단이 갑자기(?) 입맛에 맞아지기도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어. 물론 한달도 못가 5월의 말인 지금 즈음에는 식단발 요리 습관만 남아이찌만 ^-^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 한달이었어. 차곡 차곡 씨앗을 뿌리듯 그간 해온 노력들이 어떻게든 이어지고 이어져서 수 많은 만남으로 이어졌어. 조금 정신 없기도 했지만 매 순간이 조심스럽고, 감격스럽고, 또 감사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 다 똑같이 일로 만나는거라고는 하지만, 나랑 비슷한 회사원들을 만나는 일이랑 연예인,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는 일은 또 다른 긴장감이 있어. 사소한 전화 한통에도 크게 마음을 먹고, 심호흡을 하고 많이 긴장하게 되지. 언젠가 이 일도 숨쉬듯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오겠지. 그날엔 또 지금의 사소한 경험들이 얼마나 귀엽게 느껴질까. 아무쪼록 그날이 빨리 오기를 -
이번달엔 참, 잔소리를 많이했어. (잔소리를 들었다가 아니라, 잔소리를 했다고 하고 있네 저런....맙소사...) 같이 살지도 않는 엄마한테 가뭄에 콩나듯 듣는 잔소리도 너무너무 듣기싫어 참지도 못하면서, 아주 온 동네방네 만나는 사람마다 잔소리 폭격기가 되어가고 있었어. 그 와중에 우리 코치님이 이런 글귀를 보내주셨어.
---
어느 스승이 제자들과 함께 강에 목욕을 하러 갔다.
일행이 강으로 걸어 내려갈 때 강둑에 있던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여자가 목욕을 하다가 목걸이를 분실했는데, 남자가 심하게 질책하자 언성이 높아진 것이다.
스승이 걸음을 멈추고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왜 소리를 지르는가?"
제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제자가 말했다.
"평정심을 잃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닐까요?"
또 다른 제자가 말했다.
"분노에 사로잡혀 이성이 마비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스승이 되물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데 굳이 크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큰소리로 말해야만 더 잘 알아듣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말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스승은 다시 물었다.
''사람들은 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제자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를 내놓았으나 어느 대답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침내 스승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소리를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스승은 처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남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면 두 사람의 가슴은 아주 멀어져서 마침내는 서로에게 죽은 가슴이 된다.
죽은 가슴에겐 아무리 소리쳐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더 큰소리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스승은 이어서 말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가슴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소리로 외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두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말 없이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승은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논쟁을 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질러 서로의 가슴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 류시화 산문집, '새는 날아 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
---
지난 달엔 서촌의 학민재에서 한달 내내 토요일을 보냈고, 이달엔 성수에서 일요일을 보냈어. 그 시작은 살짝- 나이트메어였지만, 어제자로 이번 프로젝트도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 처음이 처음같지 않았으면, 그리고 마지막이 마지막 같지 않았으면 좋겠어. 매번 처음하는 일이라는게 으레 그런거겠지만.. 처음하는 일의 그 어색함, 서투름, 부족함보다는 늘 한결같은 프로페셔널함으로 그 순간을 맞이했으면, 그리고 마지막인 순간엔 마치 처음인 듯 겸손하고 섬세하고 신중하게 그렇게 남은 모든 새로운 일들을 맞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동안 뜸했지? 참새가 방앗간을 못 참듯 또 사주를 봤어. 길을 걷다 장난처럼 건넨 친구의 제안을 덥썩 물어버렸지 무어야. 천재는 아니고 수재 정도 된다고 했고, 태어난 사주는 교육자지만 지금은 회사원일 것이고 곧 사업을 하게 될거라고 하셨어 (소오름) 사업을 하게 되면 대기업이 될 정도로 대성할 것이고, 50대엔 귀부인처럼 살거라고, 도량이 넓어 많은 사람들을 품어낸다고 했어. 사주에 돈이 많네, 사업을 할 팔자네 36세에 그렇게 될 것이네 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듯 들었지만 난 아직도 음? 내가 도대체 무슨 사업가가 될 베포가 있으며, 무슨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라는건지 잘 모르겠어 ^-^; 그치만 늘 마음 한켠엔 혹시알아? 라는 꿈을 품고 지내지 후훗. 아참, 올 가을에 결혼하라는 이야기는... Let's see :)
있는 기억 없는 기억을 마지막 방울까지 쥐어짜서 글을 쓰는데도, 글감이 생각나지 않아. 평소의 나라면, 왜 이렇지 뭐가 문제지하고 이렇게 된 연유에 대해 고뇌하겠지만 이상하게도 별일없이 사는 나의 요즘에게 참 묘한 안도감이 느껴져- 화려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여유로운 드디어 어른이 된 기분이라고나 할까. (물론- 화려하지 않지도, 다이나믹하지 않지도 않은 하루하루가 현실이기 때문이겠지 두둠칫-) 규칙적인 생활, 계획적인 생활은 일보다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될대로되라- 하루하루 행복하면 그만인걸 하고 나답지 않게 지내온 요즘. 계획에도 없었던 소맥을 말아서 마시고, 이유없는 꽃다발을 화병에 꽂고, 금융테라피로 몇년을 벼르던 토스트기를 지르고, 배송이 밀리고 밀리는 기다리던 책상을 결국 뒤로하고 임시로 책상을 들이고, 용산을 벗어나기도하고, 간만에 멋을 내고 결혼식도 다녀오고, 속눈썹을 동그랗게 말아올리고, LP를 틀어주는 카페에서 진토닉을 마시기도, 혼자서 잭슨피자를 시켜먹기도, 유튜브로 음악을 잔뜩 들으면서 소소하게 웃음나는 5월이었어. 6월에는 더더더 되는대로 지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