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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초이 Feb 27. 2023

23.1월 회고

월간 기록 다시 시시시작! 

스여일삶 월간 회고모임 #1

21년 한해동안 참여했던 스여일삶 회고모임에 다시 조인했다. 매월 글을쓰며 다이나믹하다고만 여겼던 21년을 지나, 기록하고 회고하기보다는 행동 그 자체에 집중했던 22년이 덜 풍요로웠다고 할수는 없으나, 이상하게 그날의 감정들, 그 시절의 기억들이 흩뿌려져가는 것만 같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조금은 늦은 23년 모임 동지 모집글에 냅다 입금부터하고 신청서를 올렸다. 1년새에 다시 찾은 회고 모임은 노션에 템플릿도 생기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았다 덩달아 나도 더 좋은 기록을 남겨봐야지- 하게 되었던 순간의 기억!



1. 집밥 - 아마도 꾸준하고 유일한 진짜 취미

나는 집밥을 사실 먹으려고- 가 아니라, '하기 위해서' 한다. 집밥을 하는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 순수한 행복을 가져다 주며 그 자체가 큰 위안이자 기쁨이다 :) 어떤 메뉴를 할까- 어제는 생선을 먹었으니 오늘은 고기? 야채? 하고 고민하는 과정, 식재료를 알차고 저렴하게 공수하는 과정, 싱싱한 먹거리를 손수 고르는 과정, 무엇보다도 희열을 가져다주는 칼로 야채를 자르고, 볶고 끓이고 지지는 과정. 그 모든 순간이 위로가 된다. 실제로 이렇게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일이 내 한달속에 얼마나 있을까- 그 과정에서 느낌이 가는대로, 재료 조금, 양념 조금 바꿔가는 과정에서 변함없이 늘 더 좋은 결과가 담보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스토리에 집밥 사진을 열심히 올리고 사람들의 답장을 받으며 드디어 깨달았다. 나는 언제나 꾸준하고 특별한 취미를 가진사람을 동경하고 부러워했는데, 요리 그 자체도 일상의 노동이 아니라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2. 외식 - feat. 캐치테이블

사회생활 암흑기(?)인 22년을 지나 23년 1월에는 집밥만큼이나 외식을 많이했다. 단순히 식사를 위한 외식이 아니라,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약속을 해서, 그와 어울리는 장소에 찾아가는 외식들! 그 중 특별한건 남편과 결혼 6개월만에 '한달에 한번은 밖에서 데이트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나서 처음 방문했던 파인다이닝!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남편 미얌..) 급하게 잡은 일정이었는데도 이렇게 근사한 식당에 예약해서 데려가다니 하루하루 내 남편다워지고 있군- 하고 안심(?) 되었던 지점 ㅎㅎ 공교롭게도 내가 이달에 원픽으로 꼽았던 식당은 효창공원 근처 용문시장의 <포이키친>이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격, 친절함, 인테리어, 쌩뚱맞은 위치까지 모든게 완벽했다 :) 

                    

3. 그러고보니 부산

그렇게 부산 집에 자주 내려가는 착한딸이 아니었다보니 (내려가도 엄마빠가 늘 바빴던 것도 한몫했지만) 명절에 본가에 찾아가는 일이 아직까지는 연례 숙제라기보다는 남편과 합법적으로 떠나는 작은 여행같은 기분이다. 부산 여행중에 다투기도 했는데, 인스타 핫플로 알려진 예쁜 장소에서 보는 눈이 많다는 이유로 사진을 의무적으로 찰칵찰칵 찍고 됬다- 하고 도망가는 남편이 너무 얄미웠기 때문.... 한 바가지 다툼을 벌이고 여러 약속을 받아낸 끝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말 여행중에는 저장하고 싶은 사진이 넘쳐난다 데헷- 생각해보면 다툴 일이 아닌데 순간 서운함이 밀려오는 장면들이 있다. 다툼 없이 의사만 잘 전달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에서 늘 쉴 시간을 갈구하는 우리의 뇌는 그렇게 순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내 말좀 들어달라!!!' 고 강한 자극과 신호를 보내고는 하는데, 초보 유부는 아직도 모가 맞는지 ㅎㅎㅎ 잘 모르겠다 


4. 회자정리 - 춥디 추운 겨울

사랑해 마지 않는 팀원 여럿이 줄줄이 퇴사를 했고, 하고 있고, 앞두고 있다. 이 어려운 시국에 스타트업들이 피해갈 수 없었던 큰 일을 우리 회사도 겪고 있고, 안팎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연신 기사가 쏟아지고 (TV뉴스까지 나올 일인가.. ), 블라인드며, 재택을 마치고 전원 출근 하기 시작한 사무실이며 갖은 소문이 떠돌고 있으니, 마음이 숭허기는 모두 매 한가지 마음일 터, 각자의 사연으로 각자의 갈 길을 가게 되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지마는 자책의 마음이 불쑥 튀어 나오는 것도 피해갈 수는 없다. 온통 말이 안되는 일들 뿐인 사무실에서 의지할데가 없다는 핑계로, 선임 몇몇을 불러다가 지나치게 솔직한 속마음을 전격 공개한 일이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것도 사실 거짓말일것. 마음 잡고 다시 잘해보겠다는 내 의식의 흐름과 달리 친구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고 수십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려보지만 모두 내가 하지 않은 선택과 행동일 뿐, 이미 지나간 시간들인것. 회사생활을 이어가게 될 앞으로의 나날에 매 순간 잊어서는 안되는 마음들로 가득한 한달이다. 


5. 그래서 내 속마음은

당연히 후회로 가득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무엇을 위해 그리도 빡빡하고 엄격하게 달렸던가- 오며가며 수다라도 한번 더 떨고, 커피라도 한잔 더 마시고, 나랑 보내는 인생의 몇년, 좋은 기억 몇가지 심어주는데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쓸것을.. 일에 매몰된 중독자마냥. 일- 일- 일- 일- 만 외치다 그 좋은 친구들과 이별하게 된다니 큰 아쉬움이 남는다. 늘 떠나는 입장이었지 남겨지는 입장은 처음이라 이 또한 당황스럽지만, 앞으로 남아서 보내게 될 날들, 그리고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들을 생각해봐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시시각각 바뀌는 회사의 상황, 어디 하나 속마음, 업무 고민 털어놓을 데 하나 없이 꽉 막혀버린 커뮤니케이션 창구, 어디를 보고, 무엇을 위해 달려야할지 어리둥절한 경주마마냥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내 성격 같아서는, 이미 진작에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준비하는 일을 백번은 더 했어도 모자랄 판인데, 이상하게 기운이 나지 않아 제 자리에서 점점 더 침전하고 있는 것만 같다. 


6. 에에올 - 인생 영화 발견

이런 시기에 보게 되어서였을까, 보고 있는 와중에 이미 인생영화로 등극해버린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원스' 에에올을 보는 내내 마음이 놓였던 것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의 기로들 x 그 순간에 고민했던 대안들만 곱해봐도 나는 수천가지 버전의 인생을 살았을텐데 그 인생들을 다 내 눈으로 확인하고도, 나는 아마 지금의 삶을 선택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날의 내가 하지 않았던 선택으로 후회가 털끝만큼도 없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선택이 무엇이었건, 나는 내가 한 선택에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길을 항상 택해왔고, 그 인생을 살아내는 과정에서의 후회가 없다는 것. 

얼마전 앞으로는 본능에 충실하게 마음이 가는대로 최선을 끝까지 다해보며 살아보고 싶다는 친구의말에, 난 지금까지 37년을 그렇게 살아왔노라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지금까지처럼 살아야한다면 꽤나 곤란한 일이라고-, 지금까지 해온 어떤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에 최선을 다했느냐 묻는다면 나는 항상 YES였다고,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살 수 있는 최선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7. 이달의 콘텐츠 

그 외에 재미있게 봤던 건 슬램덩크와 사랑의이해, 더 글로리 

개인적으로 슬램덩크는 아바타보다 재미있게 봤다 ㅎㅎㅎ 덕후 기질이 있는 남편 손에 이끌려 슬램덩크에서 아는거라곤 농구만화라는 것밖에 모르고 영화관에 갔는데, 실제 농구 경기를 보러 간것처럼, 농구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과거 하이라이트를 남편에게 조잘조잘 듣는 기분으로 쫄깃하게 보고 나왔다. 사랑의이해는 초답답이 남녀의 연애사로 고구마 백개를 물 없이 쪄서 먹는 기분으로 봐야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지점이라는 그 좁은 공간안에서 겨우 네 사람의 묘한 감정선이 꽤나 긴장감있게 전해졌기 때문. 특히 유연석의 연기가 너무나도 섬세하고 풍부했기에 한번 놀랐고, 서브 여주였던 금수저 친구가 너무 예뻐서 또 한번 놀라며 보았다. 더 글로리는... 말해 무어해... 얼른 보고 싶다 그 알록달록한 시즌2 


8. 이달의 셀프 칭찬 

1년여만에 드디어 다시 운동을 등록해서 매주 수업에 가고 있다. 어떤 이유인지 회사에서 주는 체력단력비를 안쓰고 버티다 12/31에 동네에 주말까지 하는 필라테스를 겨우겨우 찾아 등록했다.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때 선생님과의 케미가 그 일을 꾸준히 하냐 못하냐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에는 그보다는 운동은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버티며 하고 있다. 더군다나 조기 디스크 증상이 보인다는 말에 더더욱이 ㅠㅠ 다시 코어 붙잡고! 자세 똑바로! 어깨펴고! 다리 꼬지말고! 거북목 노노! 자기 관리 꾸준히 아쟈아쟈쟈! 


9. 이달의 이벤트 

산전검사를 받고 왔다. 출산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뭐든 미리미리 준비하고, 정보가 어느정도 있어야 마음이 먹어지는 성격탓에 혹시 언젠가 나중에라도 아이 생각이 생겼는데, 몸이 그럴 준비가 아니되었을까 우려되어 산전검사를 미리 받아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의아하지만 ㅎㅎ 애초에 소개받은 난임병원에 유명한 선생님께 검사를 받으러갔고, 여러 귀여운 사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하니 자연임신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사실 나이가 있다보니 당연히 시술을 권유받을 줄 알고, 그럼 그 이후에 시기에 대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는데, 당장 오늘부터 시도해보라는 선생님 말씀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냅다 저멀리 도망쳐버렸다 ㅎㅎㅎ 어찌되었건 산전검사를 3차례 다니는 동안 남편과 그 주제에 대해 속깊은 대화를 꽤나 구체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소득이었고 (결혼할땐 애기 생각 전혀 없던 이남자, 그게 전혀 아닌 것 같다) 삼신할아버지마냥 귀여운 의사 선생님이 출산 관련 검사 외에도 꼼꼼하게 몸 상태를 점검해주시고, 미리 준비하고 챙겨먹을 약도 추천해주셔서 전반적으로 출산이라는 과정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었다- 정도로 요 이벤트는 마무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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