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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May 21. 2024

결정과 관점 그리고 죽고사니즘 1

홍세화 씨가 알려준 것



지난 4월 작가 홍세화 씨가 타계했습니다. 홍세화 씨는 우리에게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으로 알려져 있지요. 며칠 전 유홍준 교수의 칼럼에서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소박한 자유인, 홍세화]라는 글에서 그의 일생을 간략하게 엿볼 수 있었어요. 제 기억에 남는 칼럼의 한 문단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암투병으로 고통스러워할 때 사촌 여동생이 성공회 이대용 신부님을 모시고 와서 기도를 해주었다. 이때 신부님이 기독교에 귀의할 것을 은근히 권하자 그러겠다고 했다. 이에 신부님이 세례명을 무어라 하면 좋겠냐고 묻자 홍세화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자신은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구원해 준 미리엘 주교의 선행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겐 미리엘이라는 세례명이 부여되었다"      


평생을 무신론자로 살던 홍세화 씨가 임종 전 미리엘이라는 세례명을 받고, 생에 말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누구든 죽기 전에는 종교의 힘이 필요해라던가, 특정 종교로 귀의하셨네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게 위 문장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 속에서 홍세화 씨가 세상을 바라본 ‘관점’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리엘 주교가 자신을 바라본다고 생각했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자기의 말과 행을 이루어나갔을 거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그 관점으로 선택한 것들로 자기 자신이 되어 갔다고 말이지요. 홍세화 씨는 유신독재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질곡의 세월을 지냈습니다. 그에게는 일생을 살아내는 결정뿐만 아니라 하루를 이루는 선택에, 저와 다른 무게감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그것들의 근간에는 그만의 시각, 미리엘의 관점이 있었을 거예요.


사진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저는 현 시대가 주는 혜택을 무수히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일제강점기나 6.25 전쟁이 일어났던 때에 태어났으면 내 삶은 어땠을까 하고요. 그러면 지금처럼 관점을 운운하며 선택이나 결정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저 목숨을 부지해야 했을 테니까요.


시대를 잘 만나, 나는 ‘가슴 뛰는 일’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합니다. 요즘에는 그런 일을 좇으면 살기보다는 '관심이 생긴 일을 하면서 주위와 함께 즐거우면 되겠구나 생각하고요.'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니 대의를 이루어야 한다거나, 큰일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에서는 가뿐히 자유로워졌습니다. 삶을 하루 단위로 생각하다 보니, 하루를 이루는 선택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가 새로운 질문거리가 되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잘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애초에 옳은 선택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직업을 정하는 일에서부터 퇴사결정, 일상의 선택까지 결정의 모든 스펙트럼에 있어서 말이에요.

저도, '그래 애초부터 옳은 선택은 없지'.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지금과 10년 전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10년 전에는 아래의 문장처럼 생각했어요.


애초에 옳은 선택은 없습니다, 옳게 만들어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입니다.


30대를 지나며 위 문장이 꼬리를 잃었습니다. 옳게 만들어가는 과정만이 있다는, 뒷 문장이 슬며시 빠졌어요.  살면서 점점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울뿐더러, 옳게 만들어가는 ‘결정’들이 만만치 않음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100명이 있으면 100명이 옳다고 생각하는 결과가 다르기에 그 과정 역시 다르므로, 방법을 단순화하거나 획일화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 결정과 관점 그리고 죽고사니즘 2로 이어집니다, 클릭클릭 ;-) -------------------------









브런치북, <없어요, 가슴 뛰는 그런 일> 연재를 종료하고, 매거진을 통해 뵙겠습니다! 글을 읽는 당신께 복복, 떠블복을 드립니다!!


대문사진: UnsplashAnika Huizi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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