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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Sep 12. 2021

할 수 있는 일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건너고 있습니다.

최근 1년 동안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지금 직업이 내게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늘 생각했고

거기다 나를 싫어하는 상사까지 만나게 되니 나는 더더욱 다른 구멍을 파는 일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아이디어는 뿜뿜한 성격이라 이런저런 생각은 했으나 실천한 일은 제로에 가깝다.

스스로를 위해 운동을 하거나 독서모임에 나가는 것쯤은 꾸준히 했지만 그건 일이 아니라 취미였기에 가능했다.

9시-6시 근무 이후 또 다른 "일"을 생각하려니 머리가 아팠다.

생각만 하는 것은 사실 즐거웠다.

그걸 좀 더 현실에 끌어와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일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고, 막막했다.

저녁에는 쉬고 싶었고 주말에는 놀고 싶었다. 그렇게 꿈만 꾸고 말만 한 지가 벌써 1년이 다되어간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며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하겠다고 한 적도 있고(실제로 독서실까지 끊어서 다녔다)

시장조사를 하겠다며 이리저리 둘러본 적도 있지만 이내 생활의 일들이 끼어들어 방해하기 시작했다.(그만한 열정이 생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최근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문장이 생겼다.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해라"


늘 큰 것을 생각하거나 지금의 상황에서 해낼 수 없는 일들을 꿈꾸던 내게

징검다리 하나하나 건너는 건 생략한 채 강 건너 다른 섬을 꿈꾸던 내게

이 말 자체가 주는 울림이 컸다.


최근 친구 한 명이 블로그에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를 자주 하지 않기에 매일 들어가서 보지는 않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공을 들이고 생각이 많던 친구가

매일매일 꾸준히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래 잘하는가 보다 지금 할 수 있는가, 그리고 하고 있는가가 중요할 때도 많은 것이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스스로의 잘하나 못하나 평가하고 있기엔 다른 사람들은 타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도

30년이 다되어가는 인생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

쓸 수 있는 글을 써내려 가는 것.


삶은 그렇게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건너듯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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