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절도 없어요
최근엔 인사이동에 이어 전셋집 연장까지 겹쳐 마음이 매우 분주했다.
그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어쨌든 전셋집 연장이었는데
그 이유는 큰 금액이 오가는 일이고, 대출이 껴있고, 게다가 내 모든 저축은 이 집을 위해 쓰이는 일이고
당장 내 수중에는 돈이 없게 되는 일이니 단 5%를 올린다는 말에도 심장이 쿵 했다.
혹시 안 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시 했지만
"5%는 올리는 거예요"라며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집주인 앞에서
나는 어떤 네고도 도전하지 않았고, 계약일만 조용히 상의했다.
집주인과는 문자로 얘기를 나눴는데
문자메시지의 특성상 별말 아닌 것도 굉장히 건조하고 쌀쌀맞게 들리게 하기 때문에
돈 얘기와 예민한 얘기들이 오가는 이 상황이 더욱더 싸늘하게 느껴졌다.
업무 중에 집주인의 문자가 왔을까 심장은 쫄깃해졌고
별말 아닌 말을 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 하는 집계약도 아니고 심지어 이 집은 연장하는 것인데도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집주인 앞에서 또 거액 앞에서 작아지는 것일까.
오늘은 5% 인상된 계약금을 입금했고 밀렸던 관리비도 함께 정산을 마쳤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왜 또 마음은 두근두근 대는 것일까.
돈이 굉장히 많아지거나
집이 생긴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판타지처럼 여겨져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일에 조금은 더 초연해졌으면 좋겠다.
아마 2년에 한 번은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겠지.
오늘은 매운 떡볶이와 맥주를 먹고 잠들기로 했다.
마치 너무 뻔한 일기의 결말같지만 지금은 이게 가장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