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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Apr 04. 2023

내향적인 아이와 내향적인 엄마가 만나면 좋은 점

"I"들은 다 공감하는 이야기

초등 6학년 우리 아들은 완벽한 내향형이다. 엄마인 나도 내향형. 아이와 나의 MBTI 유형은 정확히 일치한다. ISFJ. 아이는 자신의 성격이 내향적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내향형의 인간이라는 것을 성인이 되고도 한참 후에 알았다.


내향적인 아이와 내향적인 엄마의 조합. 과연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좋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아이의 입장에서 좋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려도 엄마가 이해를 해준다. 반면 활동적인 아빠는 그 모습이 보기 힘든지 자꾸 아이를 끌어내 같이 나가려 한다.  


낯선 장소에 가기 싫어하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익숙한 곳 위주로 가고 주말에 움직일 때도 미리 계획된 것을 이야기해 준다. 아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는 것에 대한 긴장을 덜 수 있어 좋다.(단점이라 생각하면 단점일 수도 있다)


또 아이의 취미생활을 존중해 준다. 하루종일 종이접기를 해도, 하루종일 큐브를 돌리고 있어도 엄마는 이해한다.


아이가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해도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다.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친구가 당장 없더라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타 지역으로 이사 온 지 반년이 지났다. 초등 고학년에 이사를 하게 되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이가 아직은 친한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남편은 무척이나 안쓰러워한다. 그러나 엄마인 나는 잘 알고 있다. 친구를 사귀는데 시간이 좀 걸릴 뿐 결국엔 마음 맞는 친구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아이는 자신이 내향형의 성격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아이가 쓴 글을 보았다. 가족들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해 보는 글이었는데 아이는 자기 자신을 나무늘보라고 했다.


"나무늘보가 게을러서 느린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게으르면 보통 여유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도 여유 있는 걸 좋아한다. 또 나는 비버 같기도 하다. 비버가 댐을 지을 때 꼼꼼하게 지을 텐데 나도 그렇다."


본인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부러웠다. 어릴 때의 나를 떠올려봤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탓에 엄마에게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내성적인 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 말을 잘 못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마다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목욕탕에서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아줌마가 엄마의 의자를 가져갔는데 미처 주인이 있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오시고 나서 엄청 혼났다. 주인 있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냐며..


또 집에만 있는다고 구박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성격이 안 좋은 거라 생각해 왔었던 것 같다. 중, 고등시절, 성인이 된 후에도 나는 사람들이 나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봐주길 무척 노력했었다.


노력의 결과 나도 나름 활발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막상 친구들은 나를 내성적이고 차분한 아이로 생각했다. 결혼하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나는 내가 내향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내 아이도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길 바랐다. 그러나 곧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 아이는 어릴 때의 나보다도 더 내향적인 아이였다. 나는 아이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기로 했다. 어릴 적 나처럼 상처받지 않도록.


이런 나의 노력 때문일까. 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잘 알고 있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외향적인 성격으로 보이고 싶어 애쓰지도 않는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해 애정을 갖는 그 모습이 참으로 부럽다. 나도 나를 많이 이해해 주는 부모님을 만났다면 좀 더 자존감 있게 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두 번째, 엄마의 입장에서도 좋다. 아이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아이를 보면 '아, 나도 저런 걸 좋아했는데..'라고 생각이 드는 때가 많다. 그동안 결혼하고 아이 키우며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이 없었다. 좋아하는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들로 시간을 채웠다. 그러나 아이를 보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걸 할 때 행복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또 하루종일 뒹굴거리는 것을 즐기는 아이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뒹굴거리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이들만의 특권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엔 그 특권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나는 40년을 살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나한테 물어본 적이 있나? 맞지도 않는 옷인데 남들이 좋다고 하는 옷을 입으며 그 옷에 맞추어 살려고 하진 않았나? 하루하루를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는 삶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는 않았나?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삶은 나한테 과분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좋아하는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나?





"세이노의 가르침" 이란 책에 이런 파트가 있다.


성격에 맞는 일을 하여라.


작가는 인간이 하는 일은 네 부류가 있다고 했다.

1.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
2. 기록된 것을 상대로 하는 일
3. 무생물을 상대로 하는 일
4. 몸으로 하는 일


1번은 사업가, 의사, 경영자, 음식점주인 등. 2번은 회계사, 변호사 등. 3번은 피아니스트, 컴퓨터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건축사 등. 4번은 축구선수, 농부, 발레리나, 성악가 등.


지금 나는 안다. 나는 3번 유형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도 그럴 것이다.


내가 나를 찾는 연습을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맞지 않는 옷은 언젠가는 벗어던지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벗어던지지도 못하고 불편한 채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우리 아이는 그렇게 살지 않길 바라본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내 몸에 맞는 옷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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