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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Sep 28. 2020

그동안 몰랐던 남편의 이야기

돈을 벌겠다고 블로그를 시작한지 한달이 흘렀다. 

광고수입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정말 껌값 밖에는 안되지만. 


처음에는 막막했고 어떤 글을 써야할지 몰랐는데 글을 하나하나 쓰다보니 집중되는 주제가 생겼다. 

엄마표영어, 과학실험, 어린이신문 활동. 


내가 이런 것들을 하고 있었네. 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중국어를 전공했으니 중국어와 관련된 주제로 글을 쓰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써지는 글들은 지금 현재 내가 집중하고 있는 것들, 즉 아이와 하고 있는 엄마표 교육이었다. 내 일상의 대부분이 엄마표 교육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새로운 발견이다. 


몇달 간 나 혼자 힘들고 나 혼자 마음고생은 다 한 줄 알았다. 그러나 남편과 이야기 하다 남편의 현재 상황에 대해 듣게되었다. 


남편이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것은 아니다. 내가 먼저 어머님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님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어머님 이야기를 자세히 쓰고싶진 않다. 아무튼 난 어머님과의 관계가 신혼 초부터 너무 힘들었고 아직까지도 힘들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본인도 힘든데 나까지 푸념을 하니 받아 줄 수 없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남편의 이야기는 이렇다. 회사에서 상사와 마찰이 있었나보다. 그 전 부터 그만 두고 싶었는데 최근에는 그게 더 커졌나 보다. 얼마 전 상사와 회의 시간에 한바탕하고 중간에 회사를 나와 집에 온 일이 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어지간 해서는 감정조절을 잘 하는 사람인데 정말 참을 수 없었던 일이 있었나보다.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회사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는다고 한다. 그 상사 때문에 다같이 힘들어 했던 사람들 이라는데. 점심도 안 먹은지 2주가 지났단다. 저녁에 들어오면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난 그것도 모르고 저녁 늦게 오는 남편 때문에 밥을 두번 차린다고 혼자 투덜 댔었더랬다. 


그동안 왜 말을 하지 않았냐고 뭐라 했다. 말하면 뭐하는데.  라고 남편이 대답한다. 하긴. 나같아도 말 안 했을 거다. 그렇지만 자꾸 눈물이 났다. 그동안은 밑도끝도 없이 회사 그만두겠다고 한 남편이 얄밉고 야속하기만 했는데 측은해 보였다. 매일 아침 눈뜨면 오늘 하루 견뎌보자. 라는 마음으로 회사에 나간다고 한다. 얼마나 발걸음이 안 떨어졌을까. 


가장의 무게라는 것이 내 짐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듯 하다. 그런 와중에도 꾸역꾸역 나가는 모습을 보니. 


그만두라는 말도 속 시원해 못했다. 당장 수입이 없으면 아이들 먹고 입는 것은 어쩔건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미안하게도.. 


산다는 것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려고 결혼하고 아이낳은 건 아닌데.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만두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무력한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나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 남편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었을 텐데.. 

가족이 힘든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이것이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라는 걸 알게됐다. 


남편이 가엾고 측은하게 느껴진다. 빨리 내가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 절박한데.. 아.. 진짜 절박한데... 

그동안 아이낳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온 날들이 너무 후회가 된다. 아이라도 어디 맡기고 일을 계속 했었어야 했나.. 


한동안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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