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 속 심리학 May 28. 2020

사용자 중심 디자인으로 헬스케어 앱 설계하기

의학 및 공중보건 분야에서 모바일 헬스케어(mhealth)는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습니다. 모바일 앱을 통해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많은 스타트업과 헬스케어 기업에서 도전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눔 코리아(Noom Korea)는 앱 서비스를 통해 운동 및 식습관을 개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눔은 2019년 누적 사용자가 4700만을 넘어선[1], 대표적인 모바일 헬스케어 성공기업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앱 서비스가 그렇듯, 모바일 헬스케어 역시 사람들이 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게다가 '헬스케어'라는 낯선 분야까지 더해지면, 실무자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막막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일을 새로운 영역에서 해내야 하니까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최근 국제 유명학술지인 JMIR에서 성공 사례에 기반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 Approach)'을 소개했습니다[2].


논문은 건강 앱 설계를 위한 사용자 경험을 4 Session으로 분류, 각 Session에서 무엇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각 Sesseion은 앱 개발 흐름에 따라 구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크게 기획 전Composing, Preparing, and Organizing Contents 단계, MVP 개발 직후Testing Structure and Usability 단계, 앱 평가 버전 개발 직후the App Fit the Needs of End Users? 단계, 최종 검토 및 확장 단계Last Testing. Keep on Improving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사용자 중심 건강 앱 설계의 4단계. Molina-Recio et al., (2020) 참고



Step1: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기획 전에 해야 할 일은 개발할 앱에 대한 최종 사용자(end user)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논문에서는 의료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환자 등을 포함한 토론(discussion)을 통해 Target end user를 "미리" 파악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단계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헬스케어 앱 사용 경험, 동기, 장애물, 컨텐츠 구성입니다. 즉, 모바일 앱을 통한 서비스 효과 극대화를 위해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컨텐츠를 구성할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죠.


헬스케어에서 이 작업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헬스케어 시장의 니즈는 매우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 시장은 건강 상태와 질병의 종류, 연령 등에 따라 사용자의 니즈가 천차만별이며, 질환 특성에 따라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자세한 설명은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참고). 가령 만성질환인 고혈압을 관리해야 하는 환자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환자의 경우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어야 하는 가치가 확연히 다르며, 따라서 다른 방식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또한 헬스케어 앱은 "치료"가 주요 이슈 중 하나이기에, "공급자/전문가 중심"으로 기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이고 근거 기반의 서비스더라도, 만드는 사람 중심의 기획은 정작 사용자에게 외면받는 일이 흔합니다. 대표적으로 불안과 우울에 특히 효과적이라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CBT)의 경우, 과학적 근거가 탄탄함에도 해당 기법을 상업화하여 성공한 앱 서비스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위험성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획 전 Target end user에 대한 조사는 필수입니다.



Step2: 앱 구조와 사용성을 검증하기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 혹은 Mock-up이 개발된 후에는 앱의 구조와 사용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의 편의성(easy management) 및 탐색 가능성(browsability), 사용성(Usability), 사용자가 인식한 제품의 수준(Perceived Quality) 등 사람들이 앱을 얼마나 잘 따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를 MVP 개발 직후에 권장하는 것은 이 작업을 통해 제품의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 향상과 전체적인 개발 시간/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에서는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실험실에서 재현했던 사례를 제시하기도 하고, 휴리스틱평가나 표준화된 설문지를 사용하라는 제안을 통해 이 단계를 수행하라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설문지의 경우 여러 질환에 맞게 연구자들이 개발한 사례나 국제 표준화 기구(ISO)의 사용성 기준(9241-11)을 참고한 평가 설문지(System Usability Scale;Brooke, 1996)를 소개하여 상황에 따라 사용 가능한 자료를 제공하였습니다.



Step3: 앱 사용자 니즈와 제품의 Fit 확인하기


앱 access version에는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평가 기법으로 사용합니다. 이 때 FGI 진행 시간은 앱에 포함된 기능 수와 일일 사용 시간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주로 앱에 대한 사용자의 수용성(Acceptability), 시인성(Glanceability)과 같이 사용자의 편의성를 중심으로 검토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Session2에서 제시된 휴리스틱 평가를 재활용하거나, 일부 체크리스트를 활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정보를 한 눈에 파악 가능하게끔 제공해야 한다는 시인성에는 6가지 측면의 체크리스트가 존재하는데, 아래와 같습니다.


Data summary(abstract): 사용자가 건강 관련 행위를 신속하게 처리, 인식하게 해주는 데이터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용자에게 데이터가 이미 과거에 처리되었다는 식으로 보여줄 것을 권장합니다.

Integration with existing activities: 사용자 및 앱과 관련성이 가장 높은 정보가 자주 접속되는 장소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핵심 정보가 사용자에게 일반적으로 노출되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Comparison to target and norms: 앱이 사용자의 진행 상황에 대한 의견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규준(norms)과의 비교를 통해, 표준적인 집단과 자신이 어느 영역에서, 얼마나 차이나는지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을 제공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Being actionable:  유저 인터페이스가 효과적인 피드백 및 건강 정보 뿐 아니라, 제안된 목표(Goal) 달성을 위한 짧은 사용자 행동을 유발하게끔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Leading checking habits: 앱의 결과가 사용자에게 친숙할뿐만 아니라,  건강 습관이 형성되게끔 진행 내역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표현하여 새로움(Novelty)을 자극하고, 제한된 시간에만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희소성(scarcity)이 중요합니다.

Proxy to further engagements: 사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신호를 제공하여, 관여(engagement)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는 정보거리를 제공하거나, 사용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Step4: 사용자 확대를 위해 앱 개선하기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개선 작업을 고민합니다. 앱의 순응성(confidence)을 늘리기 위해 메뉴와 인터페이스를 개선한다던가, 사용자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 및 치료 준수(adherence to treatment) 등을 고려하여 고도화하는 것이 이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치료경과 및 호전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환자의 니즈가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맞춤화(Customization)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제안입니다.



결국 이 논문은 "제작 과정에서 사용자 요소를 매 순간 고려하라"는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눈에 보이는 설문지 점수 뿐만 아니라,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적 과정을 중시한 것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헬스케어 같은 분야는 "과학적"인 증거를 통해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므로, 논문 같은 리서치 영역과 친해져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민한다면, 일반적인 기획 도구와 방법론에 더해 '학계'의 시선까지 폭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요? '근거'와 '사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위 글은 심리학 전문 잡지인 내 삶의 심리학 mind에 동시 기고되었습니다.



[1] [App Ape의 모바일 앱 분석] 더 나은 다이어트! 스마트한 헬스케어 앱 ‘눔’ 실사용 유저 분석

[2] Molina-Recio et al., (2020). Proposal for the User-Centered Design Approach for Health Apps Based on Successful Experiences: Integrative Review. JMIR mHealth and uHealth, 8(4), e14376.

[3] Brooke, J. (1996). SUS-A quick and dirty usability scale. Usability evaluation in industry, 189(194), 4-7.


작가의 이전글 패스트캠퍼스 바이트디그리 1기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