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냥님의 ‘서비스 기획 스쿨’ 책을 읽고
최근 직무와 관련된 단비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싶던 차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책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도그냥님의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책의 매력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지난 주(6/22) 있었던 ㅍㅍㅅㅅ북토크(https://avengerschool.com/courses/mijun)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북토크에서의 감상도 일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중소기업에서 기획을 담당할 경우, 첫 번째로 부딪히는 난간은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요구사항정의서가 필요한가?” “협업자들과는 어떤 문서로 소통해야 하지?”와 같이 프로세스 하나하나가 신경쓰이고, 하다못해 문서에 사용되는 용어가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이 주니어 기획자의 마음입니다. 도그냥님의 책은 그 마음을 정확히 읽고, 기획 방법론과 용어에 대한 정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은 기획 방법론인 폭포수 방법론과 애자일 방법론을 소개하면서, 각각의 기획자 산출물을 안내하고 예시 문서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기획 문서 예시들은 책 중간중간에 파란색 속지로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것은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물을 한 눈에 보이게끔 정리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이를 통해 앞서 설명된 여러 기획 내용물과 용어를 파악할 수 있고, 인터넷이나 다른 기사에서 미묘하게 겹치는 용어들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예시 문서들은 또한 '가상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설명이 제공됩니다. 이또한 주니어 기획자를 위한 사소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인데요. 만약 사수가 없다면, 일할 때 '제대로 된' 문서를 접할 기회도 많지 않고, 구한다고 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책의 사례는 가상 프로젝트라는, 특정 맥락에서의 문서를 보여주기 때문에 보다 생생한 이해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깊이 있는 기획’을 위한 선행조건과 그 과정에서 기획자의 R&R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기획자의 R&R은 곧 '비지니스 전략'을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서비스 기획자는 비지니스 전략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협업부서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이것 없이 단순히 협업과의 커뮤니케이션만 신경쓴다면 서비스의 목적이 흔들리거나, 기획자의 역할이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서 KPI를 위해 요청을 할 때, 그것이 마케팅 부서의 KPI에는 적절하지만 전체 매출에서는 손해를 가져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런 '전체적인 시선'을 고려하여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책에서 강조하는 점 중 하나는 바로 UX/UI와 같은 '눈에 보이는' 산출물을 바로 작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의 비지니스 목표, 전략, 수익구조, 이를 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등을 먼저 고려해보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책에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같이,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과 어떤 자세, 방법을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느꼈습니다. 인력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있다면 상대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면서 요구사항을 잘 전달하는 것, 이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태도를 가져도 일을 잘 가져다줘야 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책에서는 한 파트를 할애하여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이 어떤 입장에서 기획자를 만나는지, 그런 분들에게 기획자는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획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기획자 다이어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데요. 이를 통해 기획 직무가 겪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매력적이었습니다. 기획 직무가 겪는 일반적인 상황과 감정을 통해 앞으로 겪어나갈 상황을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토크에서도 그렇고,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포토폴리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접합니다. 저 역시 패스트캠퍼스에서 기획자 코칭을 받았던 적이 있고, 관심이 가는 부분인 만큼 더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부분입니다. 보통 이 질문에 대한 선배 기획자 분들의 답은 '역기획'(책에서도 '서비스를 혼자 배우는 법'에 자세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사이드 프로젝트'더군요.
책과 강의, 제가 받은 코칭을 종합해보면, 역기획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니어 기획자가 가장 실수하는 것은 서비스 기획 전에 '고민의 깊이'를 늘리는 것인 듯 합니다. 왜냐하면 '보여지는 산출물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불안하고, 따라서 와이어프레임이나 화면설계서 같은 문서와 스케치/피그마 같은 Tool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문서역량은 불안을 떠나 실제 기본기로 요구받기도 하기에, 더더욱 지엽적인 기술(skill)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넘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비지니스 모델'에 근거한 생각의 깊이를 넓히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특정 프로젝트의 UX/UI를 개선하거나, 단순 와이어프레임 작성은 너무 지엽적이고, 동시에 (외부에서 보는 정보는 한계가 있으므로) 부족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실제 제가 받은 코칭에서는 데이터에 근거한 기획의 개선점을, 북토크에서는 단순한 ‘UX/UI' 지적을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강조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기획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것에 초점을 맞춰 기획 직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기획자의 기본 마음기와 프로세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치 잘 차려진 한정식처럼,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정성들여 마련해주신 도그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니어 기획자 분들이 이 책을 통해 배움을 넓히고 자신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