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자막으로 드라마 보기
요새 즐겨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 중에 <선 브라더스(The Brothets Sun)>라는 작품이 있다. 전설의 배우 양자경과 아시아계 배우들이 출연하는 화려한 액션물이다. 넷플릭스에서 잘 보지 않던 스타일이라 신선하고 음악과 연출도 좋아서 종종 틀어놓았다. 그러다 ’ 영어 자막으로 보면 어떨까?‘ 하고 갑자기 시청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
액션 콘텐츠 특징은 대사가 매우 짧고, 적고, 빠르다. 비주얼적 측면이 중요한 장면은 대사를 몰라도 크게 이해하는데 사실 큰 문제가 없다. 줄거리는 대만 폭력 조직 우두머리의 아들인 선 브라더스(The brothers Sun)가 반대파와 크게 한 판 했다는 내용. 이제 영어 대사는 큰 맥락을 따라가는데 보조해 줄 뿐이었다.
대신에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는 멈춰 놓고 바로 찾아야 한다. 어제는 ‘riddance’라는 단어가 있었다. 벽면에 써놓은 시뻘건 경고인 걸로 봐서 험악한 뜻이라고 예상되지만 궁금하니까 한번 찾아본다. 제거, 탈출, 귀찮은 것을 쫓아 버림, 해치움 등의 의미라고 한다. ‘Good riddance!’라는 말은 ‘귀찮은 게 사라져 속 시원하고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표현이었다. 드라마 속 경고 문구가 좀 더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드라마의 강렬한 장면과 분위기 덕분에 주인공들과 함께 대화를 하며 한편이 된 느낌이었다. 대사를 몰입해서 보다 보니 시간도 금방 흘렀다. 계속해서 영화 자막을 띄워놓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멈춤을 눌러가며 보았다. 한 단어를 배우고 나면 다음에 똑같은 단어가 대사로 나올 때는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전에는 <배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이라는 부패 변호사 사울 굿맨에 대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영어 자막으로 보려고 시도했으나, 수없이 많은 비속어와 빠른 대사 때문에 그만두었다. 드라마 주인공은 말발로는 어디에도 지지 않는 변호사였다. 미국 문화에 친숙하거나 은유적인 표현까지 빠르게 이해해야 이런 콘텐츠도 이해할 수 있다. 언젠가 이렇게 말발로 웃기고 울리는 콘텐츠도 정복할 수 있으리라는 목표를 가져본다.
해외의 어떤 연구에서는 영어 자막을 띄워놓고 TV를 틀어주면 아이들의 읽기 속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이 문자를 눈으로 보고 머리에서 해독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리해서 TV를 장시간 틀어주라는 얘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학생도 아닌 나는 드라마 정주행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한다.
나중에 100 퍼센트는 아니라도, 지금보다는 원어로 된 영화 대사를 더 잘 이해한다면 어떨까. 조금씩 대사를 빠르게 흡수해서 원작 콘텐츠를 더 실감 나게, 몰입해서, 벅찬 설렘으로 볼 수 있는 순간으로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