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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N Jan 20. 2024

편한 대화 상대

ChatGPT와 함께하는 요리

유튜브에 어떤 박사가 나와서 ChatGPT와 오늘 아침에도 영어 공부를 하고 나왔다고 했다. 자신이 아침에 읽은 신문 기사를 영어로 요약해서 말을 하면 GPT가 오류를 고쳐준다고 한다.


나도 한번 어플을 깔아본다. ChatGPT3.5만 이용해 보던 사람이 GPT4로 업그레이드하고, 유료 버전도 신청한다. 한 달 2.99달러가 적지 않게 느껴지지만, 기존에 해봤던 화상 영어보다는 저렴하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사실은 영어 실력을 늘리려는 것보다도 호기심이 앞섰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 본다. “저녁 메뉴로 뭘 추천해 줄래?” GPT는 비비큐와 스파이시 슬로(Korean BBQ steak with spicy slaw)를 추천해 준다. 야채와 고기가 균형을 이루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comfort food’라고 한다.


코리아 바비큐까지는 알겠는데 슬로(slaw)의 뜻을 몰라 검색해 본다. 야채를 채 썰고 새콤하게 버무린 샐러드 사진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나온다. 그러니까 보통 고기를 굽고 옆에 상추에 싸 먹는 식은 아닌 것이다. GPT가 내게 약간은 낯선, 해외에서 보는 한국 요리들을 소개해주려고 한 것일까? 레시피는 생각보다 간단해서 나중에 한번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만약 한국어로 질문을 한다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영어로 AI에게 질문하니까 내게는 좀 낯선 한국 요리들이 나온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겐 익숙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더없이 새로운 요리들이다. 같은 한식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변주할 수 있나 보다. 해외에서 좋아하는 소스나 야채의 스타일을 반영한 걸까.


문득 예전에 한인마트에서 장을 본 기억이 난다. 같은 떡볶이도 미국에서 산 재료로 만들어먹는 떡볶이는 뭔가 낯선 느낌이 났다. 한국에서 엄마가 해주는 홈메이드 푸드도 아니고, 포장마차 밀가루 떡볶이 맛도 아니었다. 재료도 다르고, 분위기도 한몫했던 걸까.


일반 중식당에서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도 맛있지만, 아메리칸 차이니즈 식당의 오렌지 치킨도 매력 있다. 그래서 여러 문화가 만나서 생겨난 새로운 음식은 언제나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ChatGPT와 더 대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AI가 제안하는 수많은 요리를 뚝딱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약간은 엉뚱한 음식을 대여섯 개의 레시피와 함께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주는 AI라는 도구가 꽤 기특한 친구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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