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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N Jan 18. 2024

새벽에 보는 브이로그

낯선 땅의 색다른 하루

새벽 6시에 일어나면 그다지 일찍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게는 귀중한 시간이 생긴다. 아기가 8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돈 주고도 못 살 자유가 생긴다. 아직 바깥도 깜깜하고 분위기도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다. 이때 커피나 차를 한 잔 타서 책상에 앉는다. 별것 안 했는데도 책상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괜스레 뿌듯해진다.


좋아하는 유튜버 중에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는 변호사가 있다.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TV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회생활에서 지칠 때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아침을 활용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네시 반에는 못 일어나지만, 자기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는 동감한다.


어떻게 하면 가볍게 영어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하다가 브이로그를 살펴본다. 해외 브이로그에는 그 나라의 다채로운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국 공립학교 브이로그, 유럽을 여행하는 브이로그, 삼시세끼 집에서 밥 해 먹는 브이로그 등등. 특별할 것 없는 남의 하루도 여기 내가 머무는 자리에서 보니 색다르다. 평생 가볼 일 없을 것 같은 덴마크나 영국 시골 마을도 옆 동네처럼 느낄 수 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브이로거들은 밝은 음악을 깔아 두고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를 보여준다. 보다 보면 내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도 같다. 하지만 현란한 편집과 연출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소리를 ASMR로 들려주는 건 특별한 감각이 필요하다. 가끔 어린 고등학생 유튜버의 말이 너무 빨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다시 되돌아가서 무슨 말인지 들어본다. 모르는 표현이라면 구글에 검색해 본다. 스펠링이 틀려도 구글 검색창은 눈치채고 고쳐준다. 덕분에 ‘이런 단어도 있었네’, '이런 신조어도 있구나'  하면서 하나 더 배워갈 수 있다. 평범한 단어 하나 더 알았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뿌듯해진다.


세상은 흐르고 있는데 나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을 때, 변화하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다양한 브이로그를 본다. 영어로 요리하는 영상을 보면, ’ 내가 요리할 때 쓰는 말이 저런 영어 표현으로 쓰이는구나 ‘ 한다. 그럼 나의 하루도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저녁에 프라이팬을 쓰고 반찬을 놓을 때도 ‘아까 이럴 땐 이런 표현을 썼었지’하고 떠올린다. 똑같은 하루도 새로운 언어를 사용했더니 색다른 렌즈로 보게 된다.


오늘도 잘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래가지 못하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동영상도 너무 템포가 빠르지 않은 것으로 선택한다. 눈으로 영어 자막을 따라가고 귀로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덧 산만한 걱정거리도 어느덧 사라진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운 좋게 새로운 표현이라도 알게 되면, 누구한테 알려줄 수 있을지 혼자 신나서 기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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