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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N Jan 16. 2024

방구석 여행

끝없는 모험을 시작하며

최근 몇 년간은 영어를 도통 공부할 일이 없었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시간에는 영어를 생각지도 않고 살았다. 외국계 회사에서 영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때그때 구글에서 모르는 것만 찾아보면 문제가 해결됐다. 쉬는 시간에는 거의 한국어로 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퇴사를 하게 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갑자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알바*국과 알*몬을 들여다보며 할 일을 찾아보았다. 유일하게 연락이 오는 곳은 영어를 쓰는 곳들이었다. 번역이나 통역, 해외 진출이나 무역과 관련된 일들이었다. 아마 영문과 전공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릴 적부터 영어를 공부했지만 영어엔 늘 자신이 없었다. 요즘에는 구글 번역기와 ChatGPT라는 꼼수로 읽기와 쓰기는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했다. 하지만 화상 미팅으로 듣기나 말하기를 해야 할 때면 울렁증이 도졌다. 특히 미국인도 아닌 영국인이나 호주인을 상대한다면? 억양을 알아들을 수 없을까 봐 초긴장 상태가 되곤 했다.


20대 때는 나의 영어 실력이 불만이었다. 엉뚱한 상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만약 내가 어릴 때 해외에서 살다 왔다면 어땠을까? 자잘한 문법 실수도 없애고, 세련된 표현도 빠르게 내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면 만약 우리나라가 인도나 싱가포르처럼 영어가 공용어라면 어땠을까? 이건 내가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으니 포기했다. 결론적으로, 죽으나 사나 회사에 다니고 싶다면 꾸역꾸역 영어를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영어를 공부해 보니 일종의 해방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20대처럼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도 쉽지 않고, 육아로 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방대한 콘텐츠와 소셜 네트워크가 있었다. 영어를 할 줄 안다면 더 많은 콘텐츠를 원작으로 즐기고, 세계를 누비는 브이로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많은 커리어 기회에 대한 희망이 생기는 것은 덤이었다.


예전에 봤던 GQ 매거진에 이런 글이 있었다. ‘스페인어를 배우면 축구, 이비자 클럽, 타파스까지 제대로 즐겨볼 수 있다. 게다가 스페인어를 배우면 포르투갈어는 거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차후 이탈리아어나 불어를 배울 때도 도움 된다.’  


이전에는 주변의 압박에 떠밀려 영어 공부를 했지만, 서른다섯이 되고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혼자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재능도 없고 어리지도 않지만 천천히 백 살까지 한다는 마음으로 해보려고 한다. 영어 실력을 늘리다 보면 낯선 세계가 새롭게 열릴지도 모른다고 기대해 본다. 둘러싼 환경을 바꿀 수 없으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바꿔나가자고 다짐한다. 매일 묵상하듯이 영어를 접하면서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있다.


‘모든 구름에는 한 줄기 빛이 있다(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는 말을 오늘 우연히 보았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속 남녀는 삶의 가장 힘든 순간에 서로를 만나 힘이 되어준다. 영어 공부를 할 때 내가 스스로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혼자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많이 성장하게 될까? 영어 공부가 멈춰 있던 시간을 좀 더 빠르게 흘러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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