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순간은 선물 Sep 21. 2016

내가 행복한 세계일주

난 내가 행복하기 위해 그 길을 선택했다.


세계일주란 긴 여정을 하는 여행자 대부분이 듣는 이야기가 
“갔다 오면 책 쓸거니?”라는 질문과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책 한권 내라”라는 조언이었단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 만큼 여행 관련 책이 우리에게 친숙하다는 의미겠지만…….
그것에 대한 나의 첫 반응은 “싫다”였다.
당시 내가 가고 있던 길이 싫어서가 아니라 
새로이 생긴 제2의 꿈에 대한 열망이 너무나 강해 눈물을 머금고 

내가 선택한 첫 번째 길을 포기하고 결정한 여행이니 만큼 
여행 그 자체이외에 다른 목적을 같기가 싫어서였다. 
여행 이외의 다른 목적을 가지는 순간 내 꿈이 훼손당할 것 같아서.


그런 내가 왜 여행기를 쓰고 있냐고?
여행 중 만난 이들이 본인들의 여행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을 하는걸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계일주, 혹은 단·중기간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왜 여행을 하게 되었을까?
혹자는 방학을 이용해, 
혹자는 여행이 그냥 좋아서, 
혹자는 새로운 시작 전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결정하지만 
그 내면에 담긴 진짜 이유는 본인이 행복하기 위해 여행을 결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오래 전 신혼여행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한 후 새로이 생긴 꿈 ‘세계일주’
그 여행길에서 난
“10년 후 반드시 세계일주를 할 거야”라고 남편과 나 자신에게 수없이 말했지만 
막상 10년이 되었을 때 가고 있던 길을 놓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더 근무한 3년 6개월…….


하지만 어릴 적 꿈이었던 그 길에서 점점 가슴 뛰지도, 행복해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새로이 생긴 꿈에 대한 열정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놓았다……. 
세계일주를 이유로 1년 이상의 휴직을 내어 줄 수 없는 직업이었기에.


그랬다. 난 내가 행복하기 위해 그 길을 택했다.
아마 길 위에 있었던 다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린 가끔 이 기본적인 원칙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아직은 비장한 각오로 본인들이 누리던 것을 내려놓고 선택해야 하는 길이고, 
이를 잘 아는 주변인들의 조언과 꿈의 무게를 저 버릴 수가 없어서…….


그래서 난 말한다.
여행하는 중 가장 어려웠던 게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행복한 여행을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우선 여행지 결정부터 그렇다.
난 유럽이 좋다. 
하지만 주변에 많은 이들이 그랬다. 
유럽은 가기도 쉽고,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으니 
아프리카, 남미 등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고,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곳 위주로 여행지를 정하라고. 
하지만 동물을 무서워하고, 정글 등에는 별 관심 없어 하는 나를 잘 알고 있기에 
아프리카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 아프리카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 하는 게 
왠지 남들에게 내가 나약한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아 말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나라에 있는 박물관이며 미술관 등이 필수코스이고, 
그곳들을 가지 않으면 
마치 농땡이 친 학생처럼 여기는 듯 한 눈길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 마음을 추려야 했다. 


난 지금 누구에게 잘 여행한다고 평가받기 위해 여행하기 것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위해 여행하는 중이라고. 

그래서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는 내가 결정해야 하는거라고.


이제 평생 주위의 평가와 기대치에 맞춰 살아온 내가 
발버둥을 치며 행복하기 위해 길 위에서 보낸 13개월간 느낀 점을 풀어 보고자 한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멋진 풍경 속에서, 
가슴 시리도록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 속에서 
남들이 게으른 여행자라 해도
“여행자”로 불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했던 그 기억의 조각들을 
자신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