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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장 Jul 10. 2024

4등

과정이라 하기엔 초라한

설계공모에 응모했고 영화 제목처럼 4등을 했다.

드디어 1등부터 5등까지 입상 트로피를 모두 모았다.


1등 3개

2등 1개

3등 2개

4등 1개

5등 1개

무등 이십몇 개


매 번 등수가 나오는 일을 하는 것은 곤욕이다.

하다 보니 수상을 하는 것과 수상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니까, 하다 보니 잘하게 돼서 상도 받고 잘 되었다는 해피 엔딩이 있다면 1등을 해야만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를 불구덩이로 던져 넣는 행위의 차이랄까.


그런데 불구덩이도 자꾸 데이다 보니 굳은살이 생겼는지 점점 괜찮아지기는 한다. 좀 덜 아프다 정도지 여전히 아픈 것은 마찬가지.


그래도 올림픽은 아니어서 4등을 해도 상금이 나온다.

보통 설계공모는 5등까지 메달을 준다. 가끔 6등도 줄 때가 있다.

그렇게 따져보면 꽤 괜찮은 대회 같기도 한데..


그런데 이 대회가 굉장히 이상한 대회다.

보통 전성기의 정상급 선수라면 부상이 아닌 한 꾸준한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는 3등, 다음 대회는 우승, 그다음 대회는 2등 뭐 이런 것처럼.

그런데 설계공모라는 대회는 이번에는 우승했다가 다음에는 예선 탈락, 그다음에는 3등, 그 다다음에는 또 예선 탈락 같은 고배를 마신다.

대회가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대회마다 조건이 달라서 그렇다.

땅이 다르고 용도와 규모가 다르고 심사위원이 다르고 채점 기준이 다르다.

거기다가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을 뿐 정답은 없으니 운이 크게 작용하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회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이 와중에 심사위원 면면을 보면 더욱 자신감이 떨어진다.

저런 사람들에게 내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진정 불구덩이를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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