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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장 Jul 05. 2024

주택이라서가 아니라 어디에서라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산다는 것

주택에 산다고 대단한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프라에서 멀어질 결심을 해야 하고,

배달음식을 포기해야 하고,

직장에서 멀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혹자는 교육 문제를 가장 먼저 거론하기도 하는데,

초등학교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몸소 체험한 경우라 그렇게 큰 고려사항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넘어설 가지가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이 보이고,

때 되면 식물을 심고,

날씨가 좋으면 바베큐를 하고,

여름에는 마당에서 수영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탠다면

주변에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는 것.

음악 하는 사람,

인테리어 하는 사람,

카페 하는 사람,

요리하는 사람,

연기하는 사람,

마임 하는 사람,

유튜버,

선생님,

건축하는 사람까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마주치는 빈도가 높아지고,

학교에도 학생들이 많지 않다 보니 학부모들 간 유대가 좀 더 강한 것 같다.


그 덕에 서로의 집에 방문하고

밥도 먹고

바베큐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좁은 나라에 참 다양하게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도시에서는 옆집 사람도 몰랐는데

아내는 시골 줌바교실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사실 나보다 아내의 변화가 더 크다.

직장을 그만뒀고

아이를 낳았고

책을 냈고

글 쓰는 강의를 준비한다.


그동안 나는

더 많은 일을 했고

경쟁 프로젝트에서 더 많이 탈락하고 당선했다.

혼자였던 사무소가 직원을 둔 사무소가 되었다.


우리가 살던 곳에 계속 살았어도 지금 같은 삶을 살았을까.

아마 비슷하게 살았을 것 같다.


오히려 더 잘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사오길 잘했다는 얘기를 한다.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가고 있으니까.


한 세상 여행온 기분이라면

여기저기 발길 닿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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