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이후에는 조금 여유가 생길까 했는데 소식은 멀기만 하다. 그 덕에 갓생 살기도 두 달에 접어들었다.
갓생 살기가 뭐냐고?
5월을 기점으로 시작한 갓생 살기는 아래와 같다.
5시 50분 기상
7시까지 출근
격일 20분간 러닝
5시 퇴근 (야근 허용)
주 6일 반복
주 1일 휴식
위의 내용 중 대부분은 지키고 있고 지키지 못한 것이라면 주 1일 휴식이다. 5월 한 달간 하루를 쉬었다.
열심히 한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된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다. 일과 삶의 균형 중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도 일찍 퇴근하는 아빠 덕에 매일 아빠와 씻고 아빠와 잠드는 아들은 별 불만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힘들겠지만..
갓생 살기의 최대 장점은 아무도 없는 사무소를 점유한다는 점이다.
전화와 회의를 끊고 온전히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 2시간은 벌 수 있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말이다.
오전에는 가급적 집중해서 일을 한다. 거의 하루치를 해치우는 느낌이다. 점심을 먹고는 그날 해야 할 잔업을 처리한다. 일하는 시간은 큰 차이가 없는데 효율은 1.5배쯤 좋아진 느낌이다. 실제 5월 한 달간 훨씬 많은 일을 했다. 4개의 경쟁 프로젝트를 제출했다.(우리 업계를 안다면 사실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다.)
결과는?
입선 없는 1차 탈락.
이제야 생각해 보니 각각의 경쟁 프로젝트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 같다.
코어 아이디어가 좋다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이 불러온 참사다.
현시점에 공모전 하나하나가 국제 공모를 방불케 한다. 경쟁률이 엄청나다. 30개 팀이면 보통, 50개 이상도 허다하다. 정말 열심히 한다. 업계가 위기 상황이니 모두가 사활을 건다.
나도 마찬가지다. 패착은 집중도에 있다.
작은 사무소는 큰 사무소의 인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좋은 생각이 담긴 좋은 계획안이다. 삐까번쩍하는 3D나 보고서의 퀄리티를 이길 수 없다. 규모가 있는 사무실이 할 수 없는 것, 결제 과정에서 사라져 버린 좋은 아이디어를 곧장 내놓고 실행할 수 있는 것, 작은 사무소가 큰 사무소보다 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기다.
그래서 6월에는 두 개의 공모에 집중하려고 한다.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침 좋은 기회일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경쟁률이 낮다.(그것도 상대적인 것이긴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 볼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