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에 응모했고 영화 제목처럼 4등을 했다.
드디어 1등부터 5등까지 입상 트로피를 모두 모았다.
1등 3개
2등 1개
3등 2개
4등 1개
5등 1개
무등 이십몇 개
매 번 등수가 나오는 일을 하는 것은 곤욕이다.
하다 보니 수상을 하는 것과 수상하기 위해 참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니까, 하다 보니 잘하게 돼서 상도 받고 잘 되었다는 해피 엔딩이 있다면 1등을 해야만 수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스스로를 불구덩이로 던져 넣는 행위의 차이랄까.
그런데 불구덩이도 자꾸 데이다 보니 굳은살이 생겼는지 점점 괜찮아지기는 한다. 좀 덜 아프다 정도지 여전히 아픈 것은 마찬가지.
그래도 올림픽은 아니어서 4등을 해도 상금이 나온다.
보통 설계공모는 5등까지 메달을 준다. 가끔 6등도 줄 때가 있다.
그렇게 따져보면 꽤 괜찮은 대회 같기도 한데..
그런데 이 대회가 굉장히 이상한 대회다.
보통 전성기의 정상급 선수라면 부상이 아닌 한 꾸준한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이번 대회는 3등, 다음 대회는 우승, 그다음 대회는 2등 뭐 이런 것처럼.
그런데 설계공모라는 대회는 이번에는 우승했다가 다음에는 예선 탈락, 그다음에는 3등, 그 다다음에는 또 예선 탈락 같은 고배를 마신다.
대회가 너무 많기도 하거니와 대회마다 조건이 달라서 그렇다.
땅이 다르고 용도와 규모가 다르고 심사위원이 다르고 채점 기준이 다르다.
거기다가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을 뿐 정답은 없으니 운이 크게 작용하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회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감이 점점 떨어진다.
이 와중에 심사위원 면면을 보면 더욱 자신감이 떨어진다.
저런 사람들에게 내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비참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진정 불구덩이를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