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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장 Jan 03. 2024

온전히 나를 위한 집

우리가 집을 짓는 이유


우리 가족은 양평군 문호리에 집을 지으려 준비하고 있다.


집을 지으려는 이유가 아이를 위해서라거나 아내를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연히 혹의 나이에는 내 집을 짓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는 의사결정을 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여 아내만 설득하면 되었는데, 왠 바람이 불었는지 생각보다는 쉽게 동의해 주었다. 우리 부부 모두 어린 시절 시골서 자란 경험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남편이 건축가라는 점도 큰 이유일 것이다.)


아이는 어느 곳에서든 잘 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부모가 행복한 것이 결국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우리의 육아론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마침 서울 집값이 빚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런 빚을 지고 사는 것보다는 나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크게 미쳤다. 서울에 있는 대단지 아파트보다 한참 저렴한 값이지만 여전히 지방 대도시의 아파트 한 채 값이다. 만만치 않은 돈이지만, 그래도 얼추 가능할 것 같아서 지금 상황에 감사하고 있다.




집을 짓는 고난


이제 집을 짓기 위해 토지를 사고 등기를 하며 건축주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자금과 관련된 고충, 일정이 틀어지며 겪는 마음고생, 하자와 관련한 문제까지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쓰면서도 이런저런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과연 집을 짓는 것이 맞는 것인가 수십 번 반문하게 된다. 아무리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고, 그래도 그런 문제들에 봉착한 경험이 일반인에 비해서는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문제는 해결하면 되는데, 돈과 시간과 스트레스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러다 보면 설계는 뒷전이고 큰돈이 들어가는 시공에 신경을 쓴다고 쓰는데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저렴한 시공사가 돈을 더 달라고 하기 시작하는 순간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나버리면 이사 일정이 빡빡해지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달라는 돈을 주고 이사 일정을 맞춰 겨우 이사를 와서는 하자와의 싸움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연락이 되지 않는 시공사와 소송이니 뭐니 한바탕 진흙탕에 뒹굴고 나면 이제는 집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이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사람


그러고 보면 이 모든 것이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이다. 집을 짓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생에 한 두 번인 경험일 텐데 믿고 맡길만한 사람도 없거니와,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있다한들 본인이 직접 하는 것에 비할 바 아닐 것이다. 결국은 건축주가 직접 챙기는 것이 제일 나은데,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래저래 집을 짓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나의 경우는 집을 짓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정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할만한 사람들도 있고 집을 짓는 과정을 알고 있으니 적어도 막연함에서 오는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공 품질에 불만을 가질까 봐 그게 걱정이다. 겨우 집을 지을 수 있는 정도의 예산이기 때문에 품질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다.


그러고 보면 설계가 먼저인 것도 아니고 시공이 먼저인 것도 아닌, 사람이 일 먼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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