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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일당 Feb 10. 2023

언니에게

언니, 닷새 전에 보름달을 봤어?

 언니, 달이 아직은 얼추봐도 둥글다.

닷새 전인가 달을 봤는데 그때는 뾰족하게 잘 깎은 연필로 도형자에 있는 원을 그린 것 같이 둥글고 헉 소리 나게 밝고 크더라.

 언니에게는 가끔 달 얘길 했었던 거 같아. 이유 모르게 우울할 때 하늘을 보면 항상 보름달이었던 거야. 그것 참 희한하다 생각했는데, 이 얘길 들은 내 스승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인간은 해와 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만월이면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과학적인 설명을 해주었어. 무릎을 탁 쳤었어.

닷새 전에도 감정의 파도가 쳤었는데 예외없이 보름달이 떴던거야.

 언니, 보름달이 뜬 날에도 언니 생각을 했어. 막연히 언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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