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네 Apr 22. 2016

균형잡기

2016.4.21


나는 정말 꽤나 남아있을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 답게 살아가고 싶다. 어느 곳에 속한 안정감보다도 나를 먼저 하고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공간, 나의 취향, 내가 사랑하는 분위기, 나의 취미, 나의 꽤나 좋았던 기억들.

이것들과 내가 '해야 만 하는' 것들이 상충될 때 나는 가장 힘들다. 이 때에 나는 균형잡기를 시작한다.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서 있을때면 누구라도 몇 분을 채 넘기지 못하듯, 그렇게 지금껏 살아온 나는 한 발로 서 있어온 시간들이었을지 모른다. 바쁜것이 맞다고 현명하다고 생각해 틈과 틈 사이에 시간들은 모두 무익하다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했다기보단 그렇게 학습되었을지도 모르겠다. 22살에 시작된, 나 다운 것이 뭘까 정말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았던 나의 이십대 초중반은 지나갔고, 이제 곧 내년이면 어중간한 후반이 될 나이가 된 지금까지 그 답을 찾진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 안에 그 답이 있다는 것만은 이제 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

나는 진정으로 가까운 사람이 좋다.
나는 겉치레로 일목요연한 듯, 누구나인듯한 보편의 모습으로 표면만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극히 싫어한다.
나는 오로지 자신의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분위기와 눈빛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조금 거칠지라도)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살아있는 나무, 심기어진 나무, 가공된 나무, 좋은 나무로 되어진 질 좋은 가구들.
나는 한적한 것을 좋아한다. 조용한 것은 한적한 것과는 다르다.
나는 비어있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차 있지 않는 삶의 환경이 좋다.
나는 정적인 것들을 심히 좋아한다. 정적인 것들로부터 오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는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시간의 더께가 주는 오묘함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아름다움의 축복같다.
나는 나 된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알맹이가 좋다. 허레허식이란 가끔은 필요하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사랑받길 좋아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건강한 사랑이어야 한다. 비껴간 형태의 사랑은 우리를 좀먹으며 잠식시킨다.
나는 그릇된 걱정을 싫어한다. 인사치레로 가장된 그릇된 걱정은 본의아니게 마음속에서 가벼운 조소를 일어나게 한다. 그래서 걱정의 말은 그 어떤 말보다 조심해야 한다. 진심에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그 순간에는 조금 무례할지라도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나는 느낀다.
나는 책이 좋다. 날 적부터 그랬으며 아마 가능하다면 죽는 날까지도 애착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나는 글이 좋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는 것 모두 좋다. 좋기만 하다.
나는 한옥이 좋고, 한국의 옛 것들이 너무나 좋고, 지난 시간들의 흔적이 좋다.
그리고 나는 지나온 나의 모든 것들이 좋다. 가끔은 헤진 것도 있다는 느낌이지만 그것은 중요치 않다.

-

난 이렇게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데, 살아가는 환경속에서라면 이들을 발치에 내려놓고 살아야 할 때가 많다. 일단 내가 열심으로 대해야 하는 것들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내어주어야 하고,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닌 일들로 바쁜 하루를 책장 넘기듯 넘겨야 할 때가 부지기수이다. 기분좋은 아침에 매일 타는 750번의 버스에선 무표정의 사람들 얼굴을 보아야 하고, 좋아하는 나무그릇보단 플라스틱의 배달음식 그릇을 대해야 할 때가 더 많다. 내가 그리도 싫어라하는 '보편'의 사람의 모습을 나도 한다. 화장을 하고, 누가 봐도 지적할 일 없는 사회적인 옷들을 입고, 적당히 사교적인 제스쳐를 가지고 대한다. 그러는 동안 내 모습, 나의 생각, 나의 알맹이, 나의 분위기는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걸 나 자신이 느끼지만, 이들을 포기하고 이대로 살아가는 것 또한 지금의 청춘으로 살아가는 댓가라면 댓가로서 희생되어야 할 부분이겠다.

중요한 것. 나는 언제가 될지 모를 중요한 것을 앞두고 있다. 그것을 천천히 마련하여 준비하고 진행 해 나갈 때, 나는 가장 나답게 그리고 너답게, 우리답게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무래도 그러기가 쉽지만은 않을거란 노파심도 조금 있지만 나는 나답게, 우리는 우리답게 잘 해낼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이러한 것들로 차곡차곡 한 겹씩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아, 어쩌면 잘 사는 것이란 별 다를 것 없이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