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하루 들여다보기
나의 하루 일과
2016.5.31
아마 습관처럼 알람 없이도 아침 7시쯤 눈을 뜬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슬쩍 뜨면 우리집 창문 밖에서 나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리고 몇 번 눈을 꿈뻑이면서 창문으로 비치는 바깥의 색을 가늠한다.
지금은 몇 시인지, 그리고 오늘의 날씨는 어떨지.
그리고 오른쪽 어딘가에 두었을 핸드폰을 더듬어 찾고, 울리지도 않은 10개의 알람을 끈다.
알람소리가 울리기 전에 일어나지만, 혹시몰라 알람을 10개씩 맞추는 습관은 없애기가 힘들다.
간밤에 온 연락들을 엄지 손가락으로 죽 훑어만 보고는 충전기에서 분리시킨다.
부스스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걸터앉고 밤새 뭉친 어깨근육을 쭉 내린다.
어렵사리 일어난다.
책상자리에 앉아서 헤르만 헤세의 사진이 그려진 흑백 노트를 꺼낸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적어내리고 지금 수중에 남아있는 돈의 액수를 귀퉁이에 적어놓는다.
어기적 어기적 옷들을 주워입고 모자를 쓴다.
카누를 하나 찢어서 아이스컵에 녹인다. 그리고 들이킨다.
그렇게 독립문 공원 산책을 간다.
공원까지 도착하는 시간동안 오늘은 또 얼마나 더 더워졌는지 생각한다.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시간이 된다.
그렇게 도착한 공원을 크게 한 바퀴 걷는다.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듣고, 숨통이 트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나는 그걸 바라본다.
이 시간이 가장 좋다.
한 사십분 남짓한 시간.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시장에서 오늘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을 사서 들어온다.
씻는다.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나갈 준비를 한다.
작은 나의 아침 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