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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May 31. 2016

사소함의 순간

작지만 큰 것들에 대하여

사소함의 순간
2016.5.31



내가 좋아하는 수업엘 들어왔다. 오늘도 교수님은 우리의 눈을 굳이 마주치지 않고서 많은 것들을 설명하고 알려주신다. 그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다. 간혹 그의 '아는 것'들이 너무 많아 우리에게 말로 전달할 때 어떠한 것들이 엉키곤 하는 것들이 보이곤 한다.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세시간의 시간을 허상없는 지식들로 가득 채운다.

내가 그러했던 것 처럼, 오늘의 발표자가 나와 어려운 언어들로 점철된, 자신도 전부 이해하지 못할 발표들을 읊어나간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교수님은 덧붙여 설명한다. 그렇게 오늘도 늘 그랬던 날들처럼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발표문에 적힌 글자들 속에 파묻혀 수많은 것들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멈추어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교수님은 말했다.


"발표자가 영화의 제목은 꺽쇠 표시를 해 줘야하는데 안 했네요."


그 순간 그 자리에 앉은 우리 모두는 일제히 조용해진다. 사실 애초에 아무도 떠들지 않고 홀린듯 집중하는 그런 수업이긴 하지만.

그는 우리의 무지를 한번도 탓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부족함을 나무란 적도 없는 그런 교육자지만, 아주 사소한 작은것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에게 경종을 주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저 문장 표기법 하나가 그에겐 수업을 잠시 멈출만큼 중요한 것이었던 것일지 모른다.

가끔 배운다는 것은, 채우는 것 만이 아니라 느껴짐이 될 때에 깊게 각인되어지는듯하다. 공부 해 나가며 생기는 지치는 어떤 것들은 이런 곳에서 다시 전환점이 생기곤 한다. 이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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