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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Dec 28. 2016

스스로 상처받은 이


스스로 상처받은 이 

2016.12.28




묵직한 어떤 것이, 숨 쉬는 어딘가쯤에 콱 들어와 얹어졌다. 

그 어떤 것은 나의 입을 막았고, 나의 마음을 눌렀으며, 내가 두어야 할 시선의 종착지를 빼앗게 했다.


하려던 말은, 그 길로 내 깊숙한 곳으로 도리어 파고들어가 버려 나 조차도 찾을 수 없게 되었고

했어야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현란한 형체로 튀어나와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내가 느낀것은 무력감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의 호소는 그대로 튕겨져 나온 채 의미없는 잔여물이 되어 내 발치에 떨어졌고, 그걸 다시 주워담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참 덧없다. 덧없다. 




그리고는, 이제는, 다시는 이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되뇌어보지만 그건 사실 나를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오늘의 나를 또 잊어버리게 될 것을 알고 있다. 오늘 나를 옥죄인 이것들을 바라보며 다시는 이것들을 허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조금이라는 시간만 흐르면 결국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좀 더 자리를 넓혀 내어주고 있을거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나는 언제나 그런 인간이었다. 굳이 모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난 애써 모질지도 못했고, 용서하지도 못하면서 용서라는 이름을 꽤나 그럴싸하게 사용하며 너와 나를 속였다. 나도 알고있다. 그래서 내일이 무섭다. 내일이라는 시간은 나를 또 연약하게 만들기에 너무 좋은 기회다. 언제나 나는 '내일'을 넘길 줄 모르는 최약체의 인간이었다. 




화도, 슬픔도, 걱정도, 분노도 아닌, 어쩌면 그 모든것의 집체일지도 모를 그런 감정을 느꼈을 때, 왜인지 가장 먼저 아픈곳은 마음이 아니었다. 그저 도대체 어디라고 탁 짚어 설명할 수 없는 곳이 아팠다. 아. 어쩌면 그냥 모든 곳이 아픈걸지도. 그래. 그게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난 마음이 아팠던 게 아니라 그냥 나라는 모든 곳이 아팠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그 실체를 내 속에서 꺼내어 이렇게 마주해보고 있자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세 번 되뇌어 보니, 어떻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닌건 알겠다. 그것 뿐이다. 그것 말곤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냥 보기 흉한 이것을 마지막 아쉬움 담긴 눈길로 한 번 더 바라보곤 다시 접어 꺼내온 자리에 넣어둔다. 




나는 자리에 누워 

누구나 그러하고 나 또한 매일 그러했듯이 

눈을 감고서 오늘보다 싫을 내일을 기다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언제나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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