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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케빈 Oct 14. 2023

유튜브 알고리즘을 끊었다.

나는 마치 신경삭을 자른 프로토스  같다. 

얼마 전 친구가, 카카오톡을 통해서 자기가 캡처한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확인을 해 보니까, 항상 온갖 게임의 섬네일로 가득한 나와는 반대로 

아무것도 없이 달랑 유튜브 검색 화면만 있었다. 


언젠가는 나도 알고리즘이 주는 자극적인 썸네일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고, 그 방법을 찾으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는 봤지만 하나같이 하는 말이라고는, 


'에이  다 방법이 있죠.' 하고서,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었다. 


아마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거나, 아니면 본인도 방법을 모르지만 

자기에게 내가 매달리거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제스처를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추측할 뿐이다. 


자기가 주목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그렇게 

자신에게 관심이 오게 한 다음 문제를 해결해줘서, 

'에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라고 뻔뻔하게 

자기를 높이고 자기자랑을 하는 거는 슬프지만,  인간의 마음에서야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정말 자기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일단 방법을 안다고 말한 다음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잠시 잡소리가 길었는데 아무튼, 나는 친구가 알려준 방법을 보고 깜짝 놀라서는, 

그거 어떻게 한 거냐고, 따지듯이 캐물었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서 겉껍데기의 얇은 걸 핥아하면서 흥분하지만

보면 볼수록 고통이 느껴지고 괴롭고 공허하다는 느낌이 

계속 들어와서, 그 망할 알고리즘이라는 데에서 나가고 싶었는데,


내 계정을 로그인을 안 해놓으면 진짜 보고 있으면 토할 것 같은 알고리즘을 단 영상들이 

인기 동영상에 올라와 있고, 내 계정을 로그인을 해 놓고 쓰자니, 

내가 끌려가듯 자주 보는 컨텐츠에, 자극적인 쇼츠 컨텐츠가 합쳐서

이건 뭐, 헤어나올 수 없는 정신의 감옥에 갇힌 채 사는 거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런 고민을 항상 하고 있는 나에게  그 친구는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찾아보는가 하더니

고맙게도 방법을 알려주었다. 


방법대로 하다가 보니까 알고리즘 추천이 계속 뜨길래, 이상하다 하는 찰나에  

하나의 붉은 진실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친구가 알려주지 않은 방법은, 기존에 보았던 영상 기록의 삭제.

삭제를 하려는 순간 망설였다. 


재미있어서 여러 번 찾아봤던 영상들. 그런 것들을 다시는 못 보게 되는 거는 아닐까. 

이게 없어지면, 스트레스 받고, 힘들 때에는 위안을 어떻게 삼지? 


망설였다. 하지만 더 망설여서 몸이 움직이는 걸 거부하기 전에

나는 기록을 날려버리고, 유튜브를 닫고 다시 틀었다. 


그러자, 친구가 쓰고 있는 유튜브 화면처럼 아무것도 없는, 

검색창만 덩그러니 있는 화면이 올라왔다. 


이제서야 비로소, 알고리즘에서 벗어났구나.

마치 갓 스무살이 되었을때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방이 된 기분으로 그날 퇴근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며칠이 지나가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이제까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알고리즘을 타서 봐야 했지만

이제는,  내가 보고 싶은 걸 기억을 하고, 찾아서 봐야 했었다. 


그러니까 문득 두려움이 찾아왔었다.

남들이 다 아는 정보를, 내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끊어놔서 

시대에 뒤처지는 인간이 되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샘솟았다. 금단증상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전에는 알고리즘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구독해 두었거나,

구독을 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보던 채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돌기 시작했다. 


그 채널에서는 새로운 재미있는 영상이 올라오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내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게임에서 새로운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가, 그 재미있는 이벤트를 지나쳐버리고 한참 있다가 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공포에 사로잡혔었다. 


그런 걸 찾아보려면, 내가 기억하고 있는 채널, 구독을 하고 있는 채널을 검색을 해서

이제는 봐야 했었다. 


진짜 적절한 비유가 있다. 


스타크래프트 2  : 공허의 유산에 보면, 프로토스라는 외계인 종족은  '칼라' 라는 신경 연결망을 사용하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고 소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몬이라는 거대한 악이 그들을 침공해오면서, 그 칼라를 오염시켜서, 그를 따르고,  복수심과 증오를 키웠다. 그리고 프로토스라는 동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경삭을 끊어서 오염된 칼라에서 벗어난다. 


게임적으로 비유를 하자면, 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칼라 안에서 살고 있는 프로토스였고,

칼라를 따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칼라라는 이름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오염되어 우리들의 삶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을 살던 와중에(거의 10년 이상이다!) 


신경삭을 자른 프로토스 친구가 와서, 자기가 신경삭 자른 모습을 보고서 어때? 를 외치는 걸 보고 

나도 신경삭을 잘라버리고 '암흑 기사!' 를 외쳐버린 거다.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아몬에게 오염된 칼라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지금도 두렵다. 한편으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많이 바꾸어 놓았는지가 


새삼 와닿는다. 하지만 과거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집어서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는 영상을 보다가 허둥지둥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같은 짓을 하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자극적인 것만 보고 앉아있는 거는 사양이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일중독자가 사람, 어딘가에 휩쓸려 다니는 삶이 아니라 

내 삶을 사는 한 명의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왜 예전과 달라졌을까. 

무엇이 잃어버렸길래, 무엇을 집어먹고 있기에 극단적으로 

사람을 긁어대는 행동을 일상적으로 하는지에 대해 

한 번 써보려고 한다. 


이건, 내가 옛날에 있었던 추억의 게임을 몇 달을 

빠지듯 하고 나서, 게임에 사람이 사라진 걸 보고 쓰려는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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