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담배를 물고 고민한다. 그는 경북 상주에 막 도착했다. 폐점한 대형마트 건물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 파란 트럭이 온다. 트럭 안엔 늙은 아버지가 타고 있다. 남자는 반 년 만에 아버지를 만났지만 어제 만난 것처럼 익숙하게 트럭에 탄다. 트럭 밑바닥에는 흙이 묻어있다. 아버지는 아들이 반갑지만 고된 노동으로 피곤하고, 남자는 입 속에 혓바늘이 나서 서로 많은 얘기를 하지 못 한다. 트럭은 물수제비처럼 상주 시내를 통통 튀어간다.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간 트럭은 봉동이라는 시골 마을로 들어선다. 거기엔 봉봉이라는 늙은 개와 어머니가 있다. 형은 한 지붕 아래 자진 않지만 매일 집에 들르는 편이다. 늙은 개 봉봉이는 밭 아래에서 나를 본다. 나는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개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나는 집에 짐을 놓고 봉봉이와 산책을 한다. 봉봉이는 이제 제법 산책에 익숙해졌다. 봉봉이는 나랑 걸음 속도를 맞추고 취미로 개구리를 죽인다. 코를 박고 논밭을 걷다가 개구리가 나오면 주둥이로 물어서 죽여버리고 죽은 개구리를 코끝으로 몇 번 치고 끝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나친다. 파란 하늘이 거뭇거뭇해지면 산책은 종료된다. 나는 음침한 조명의 집으로 들어가고 우리는 텔레비전으로 정치 뉴스를 보며 저녁을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