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성공신화를 쓴 사업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상업고를 졸업하고,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을 이끄는 대표가 될 수 있었을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비결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대화 기술이었다. 기자와 눈을 정확하게 맞추고 진심을 담아 확신에 찬 어조로 간결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입지를 쌓은 인물들 대부분은 대화에 능통했다. 성공하려면 관계를 잘 맺어야 하고, 관계를 잘 맺는 중요한 수단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서 투자와 계약을 이끌어낼까.
책 <대화의 정석>에서 그 기술을 엿보자. 정흥수 작가는 대화는 관계를 이루는 말하기라고 강조한다. 직장, 가정, 모임 등 수많은 인간관계에서 올바른 대화법을 적용하면 존경받는 상사, 자랑하고 싶은 후배, 믿음직한 동료, 다정한 가족과 친구로서 스스로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마침내 원하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단언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으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말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가 나와 일하고 싶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그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러면 주어부터 달라진다. - p.221
대화가 힘들었던 상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관심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대화를 이어지게 하는 힘은 관심이다. 관심이 있으면 질문이 나오고, 그 질문은 상대방을 향하게 마련이다. 대화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사람에게 관심을 갖자. 그 사람의 생각과 기분, 마음을 궁금해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경청이다. 말을 잘 하고 싶다면 우선 듣기부터 잘 해야 한다. 누군가가 말을 하고 있을 때 말을 끊으면 상대방 기분은 어떨까? 기분이 상하는 것을 넘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까지 들 것이다. 그냥 귀로 듣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다시 반복해서 말해줌으로써 ‘내가 당신의 말을 편견과 판단을 뺀 채 그대로 듣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그 간단한 대화술의 효과는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다.
처음 만나는 인사를 나눌 때 흔히 “식사 하셨어요?” 또는 “뭐 타고 오셨어요?”같은 형식적인 질문을 한다. 그런데 이런 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무의미한 인사말이다. 대신 이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질문들을 고민해보자. 예를 들어 약속이 월요일이라면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여기에는 '나는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대에게 질문을 할 때는 사실이든 감정이든 대화를 길게 이어갈 수 있는 열린 질문이 좋다.
평가하는 사람 말고 발견하는 사람이 되어보자. “당신이 -해서 좋아”라고 조건을 달아 평가하는 대신에 행동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약속을 잘 지켜서 좋아” 말고 “네가 나와의 약속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나는 참 고마워”라고 말하면 좋다. 같은 의미지만 훨씬 따뜻한 진심으로 들린다.
일상에서 수 없이 겪는 대화의 순간은 사실은 비즈니스, 퍼스널 브랜딩, 나의 성품과 신뢰를 전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작은 실수로 중요한 순간을 놓쳐버리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자. 나의 매력을 대화법을 통해 전해보면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지지받고 싶고, 공감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정작 많은 사람이 나를 따르게 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이유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대화법을 각자 눈치껏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정석>이 전하는 대화법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다. 질문할 때, 설득할 때, 위로할 때, 경청할 때는 대화 상대를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거절할 때, 잔소리할 때, 뭔가를 요구할 때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 욕구를 스스로 깨달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화를 잘하는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같은 말을 해도 예쁘고 다정한 말을 쓰기.' '긍정어로 표현하기.'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말이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계가 주는 어마어마한 힘을 애써 무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야말로 행복의 핵심 요소이자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기억하자. 관계의 중심에는 대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