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한끗은 무엇일까. 오늘날의 비즈니스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감각이라고 믿는다.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탁월한 감각으로 세상을 이끄는 리더를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본이나 첨단 기술도 필요없다. 그저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해서 변화를 만들었다.
<매거진B>를 처음 봤을 때 짜릿함이 기억난다. 매달, 전 세계에서 찾은 균형 잡힌 브랜드를 소개하는 광고 없는 월간지다. 미국의 스포츠용품 ‘뉴발란스’를 비롯해 스노우피크, 레고, 러쉬, 레이밴, 기네스 등 익숙한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를 자세하게 담았다. 우선 광고 수입에 의지하지 않고 매체만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앞세운 점이 놀라웠고, 브랜드가 난무하는 시대에 냉철한 눈으로 정직하고 좋은 브랜드를 엄선해 소개하는 점이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이런 감각적인 잡지는 누가 만들었을까? 네이버 최연소 임원으로 디자인·마케팅을 총괄하며 초록 검색창과 그린 팩토리 사옥을 회사의 상징으로 만든 인물 조수용이다. 호텔, 잡지, 식당, 가방, 부동산 개발 등 손을 대는 것마다 히트시키는 그의 감각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조수용이 손을 대면 온라인 세상에도 오프라인 세상에도 새 길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
그의 에세이 <일의 감각>을 보면, 조수용의 지독하게 아날로그적인 사업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일터에서 감각적인 사람은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 구별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일은 곧 선택과 집중이다.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어떤 것에 공력을 들여야 할지를 선택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그럴 때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바로 ‘감각’이다.
조수용 대표는 어떤 일이 성공하려면 나만의 취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나의 선호와 타인에 대한 공감이 만나는 지점, 서로 밀고 당기는 압력이 느껴지는 그 미세한 지점을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도대체 어떻게? 감각이란 본래 타고나는 것이 아니던가. 보통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 무작정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남들이 좋아하는 감각적인 경험을 많이 쌓아야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일의 감각>에서는 감각을 ‘내 취향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높이 쌓아 올린 결과’라고 말한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 또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것들을 수집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때 일의 감각이 작동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감각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이 업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돌아보라고 말한다. 내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 일이라는 의식이 없다면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을 두루 살피기란 불가능하다. 감각이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닌 끊임없이 고민하고, 훈련해서 키워낸 결과물인 셈이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습니다. 빵 한 조각을 봐도, 도시의 빌딩을 봐도 왜 그런지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것. 그게 바로 감각의 핵심입니다. - p.154
정해진 관성에서 벗어나, 원래 그런 것은 없다고 가정하고 사물을 바라보라는 그의 조언이 깊이 와 닿는다. 결국 감각적인 사람은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을 다시금 떠올리는 사람이다.
지나가다가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있는 사람을 봤다고 치자. 그 사람의 옷과 신발, 화장을 똑같이 따라한다 해도 나는 절대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좋아 보이는 것들의 겉모습만 핥아서는 감각이 발달하지 않는다.
내가 좋다고 느낀 것들이 왜 감각적인지 고민해보자. 조수용 대표가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정리한 다섯 가지 단어는 공감, 감각, 본질, 브랜드, 나로서 살아가는 나이다. 각 장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들에는,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현상 너머에 자리한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담겨 있다. 1장은 오너십을 강조하며 시작하지만, 5장에서는 나다움을 잃지 않고 일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을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달달 볶으며 힘들게 일의 감각을 익히려 하는 걸까? 일을 하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일을 잘해내면서도 영혼을 갉아먹지 않는 방법에 대해 치밀하게 연구하게 된다. 때로는 후진 감각 때문에 일을 망쳐서 괴로워하고, 때로는 탁월한 감각이 가져온 성취에 기뻐하며 매일을 조각해간다. 그렇게 일의 기쁨과 슬픔 속에서 유랑하다 보면 마침내 나도 모르는 순간 잘 벼려진 칼날처럼 예리한 일의 감각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일의 감각>을 탐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