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탈곡기를 보게 될 4가지 이유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로 유명한 윤종신 프로듀서가 이번에는 유튜브 1인 방송에 도전했다. 이번 컨텐츠는 바로 그가 2012년부터 매 월 하고 있는 노래 만들기를 보여주는 1인 방송. 그것도 아티스트와 사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작곡하는, 본격 노래 만들어서 아웃바운드로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다.
개인적으로 이 탈곡기에 '흥행 콘텐츠'의 요소들이 구석 구석 숨어있다는 생각이 들어, 탈곡기의 관전 포인트이자 재미를 이끌어내는 요소들을 4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이 컨텐츠가 재밌어지는 핵심은 바로, 100% 리얼 아티스트와 합의 없이 진행하는 윤종신의 일방적인 작곡 작업이라는 점인 것 같다. 미리 아티스트의 의뢰를 받거나, 완성된 곡과 어울리는 아티스트에게 제안하는 방식이 아닌, 처음부터 한 아티스트를 정해 그들을 상상하며 윤종신의 스타일로 해석한 작업을 해나가는 방식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완성된 곡을 아티스트에게 제안하는 과정, 협업이 성사되거나 거절당하는 과정까지 리얼로 보여주겠다고 하니, 마치 끝을 알 수 없는 드라마 같다. 결말을 알 수 없이 흘러가는 컨텐츠다 보니, 작업 과정 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반응과 결과물을 자꾸만 상상하며 궁금해지게 만들고, 팬들의 반응까지 지켜보는 흥미진진한 매력이 있다.
이렇게 아티스트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던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속속 거론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첫 라이브 방송에서 에드 시런 등 유명 팝스타를 거론하기도 했다. 되면 더 좋고, 아님 재밌고 말고! (이러다 진짜 빌보드 진출하시는 것 아닐지..?)
그가 선택한 첫 번째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방탄소년단!! 사실 방탄소년단 덕분에 '탈곡기'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윤종신님도 솔직하게 인정하심)
방탄소년단 '정국'이 직접 콜라보하고 싶은 선배로 언급했을 만큼 방탄소년단이 존경하는 대선배이자, BTS 막내 정국과의 나이차는 무려 28년이나 나는 아버지 뻘의 윤종신. 가요계의 대선배이자 살아있는 역사인 그가, 밀레니얼 시대에 가장 핫한 아티스트인 BTS 에게 곡을 써서 제안한다?
그간 월간 윤종신을 통해 아이돌 멤버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 종신옹이지만, 윤종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통 발라드의 이미지와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낙차'가 큰 것들이 만나는 콘텐츠들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신선함을 준다. 이렇게 음악적 스타일도, 세대도 한참 다른 극과 극의 아티스트가 만나 만들어내는 신선한 충격 또한 '탈곡기'의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
한편, 그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곡을 쓰기 위해 직접 스터디하고, 방탄소년단에 빙의(?)하려 노력하는 프로 윤종신의 모습은 프로다움이 느껴지는 모습이자, 또 다른 웃음 포인트이다.
매 주 글을 써보면서 더욱 더 절실히 느끼지만, 아무리 프로라고 해도 매 달 곡을 만들고 세상에 내놓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 동안 '월간 윤종신'을 통해 꾸준히 그리고 수많은 곡들을 만들어내시는 윤종신님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왔다.
'탈곡기'는 그런 윤종신만의 '관점'을 소통하는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수 년간 월간 윤종신을 작업하며 수많은 아티스트와 협업해온 프로듀서답게, 작곡 작사 노하우를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관점이 녹아난다.
어쩌면 기존 매체가 아닌 유튜브였기에 우리가 이런 프로 프로듀서의 작곡 과정도 엿볼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티스트로서 노하우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을텐데, 그 덕에 그동안은 접하기 어려웠던 '작곡'이라는 특별한 컨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탈곡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 최근 에피소드. 작곡도 작곡이지만, 정인의 '오르막길', '지친 하루' 등 명 가사들을 많이 써낸 그가 생각하는 '좋은 가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하고 있을 고민들, 하고 싶을 이야기들을 고민하던 중 자신이 평소 고민하던 '정체성' 이라는 주제를 꺼내 놓으며, 자신이 경계하는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부분이 감명깊었다.
거의 내 아버지 또래의 나이인 분이, 진짜 소통하는 어른이란 뭘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계시는 것이 놀라웠다. 실제로 많은 팬들의 댓글들이 그의 생각이 방탄소년단의 가사에 담긴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며 공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의 가사가 대중들에게 남다른 공감을 얻는 것도 그의 깊은 생각과 틀에 갇히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탈곡기'의 매력을 파헤치다 보니, '1인 방송'의 매력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월간 윤종신의 새로운 도전 '탈곡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그 동안 월간 윤종신을 통해 곡을 만들고, 아티스트에게 제안하는 경험이 많았던 그였기에 '아웃바운드 작곡 프로젝트'라는 특별함과 자기다움이 담긴 컨텐츠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예능에서는 자주 접하기 힘들었던 '프로듀서 윤종신', '인간 윤종신', 그리고 새로운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윤종신의 모습까지. 여러모로 기다려지는 '탈곡기'의 남은 에피소드를 기대해보자.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Rph8NGkxBTMqa12uIMm341CP3bMxkH9k
열일곱 번째 #목요일의 글쓰기 마침.
+)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고 싶은 사람들(나)에게 '월간 윤종신'은 언제나 영감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꾸준함과 새로움,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월간 식당', '탈곡기' 등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는 모습까지.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양한 컨텐츠로 즐거움과 영감을 주는 월간 윤종신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