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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원 Aug 03. 2021

왜 선물가게냐 물으신다면


주변에서 그런다. 왜 하필 선물가게냐고.

“그러게. 어려서부터 선물가게를 좋아해서 그런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하하.”

라고 대충 얼버무리곤 하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선물가게를 열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10년 전쯤 갑자기 백수가 되었을 때 일 년간 배운 꽃꽂이 실력으로(실력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5월 한 달간 꽃을 팔았었다. 플라워 계의 퍼스널 쇼퍼라고 해야 할까? 온라인으로 원하는 분위기의 꽃을 주문받아서 핸드 타이를 만들었는데, 특이점이 있었다면 꽃과 곁들일 선물을 같이 사서 직접 배달해주는 거였다.


첫 손님이었던 강OO 님. 이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여자친구와 만난 지 백일을 기념해 꽃과 함께 2만 원대의 달콤한 디저트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때 2만 원대의 초콜릿을 찾다가 당시 압구정 코코브루니에서 2만7천원을 주고 초콜릿을 샀다. 나는 그때 봉화산역(6호선 종점) 근처에 살아서 홍대에 있었던 손님에게 배달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을 썼다. 손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감동했고, 나는 그의 밝은 미소에 피곤이 싹 가셨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계산을 해보니 내가 번 돈은 1만 원. 아니, 교통비를 제외하면 5천원 남짓. 나의 노동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라는 건 알았다. 생각보다 주문량이 많아 나중엔 남동생이 투입되었다. 동생은 나와 꽃 뭉치를 나눠 안고 볼멘소리를 했다. “누나. 이거 정말 1만 원도 안 남아? 이거 왜 이렇게 하는데?” 대꾸도 없이 자신의 몸보다 큰 짐을 끌어안고 있는 누나를 한번 쳐다보곤, 졸졸 따라오는 가여운 동생.


표현하진 않았지만 어리석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주문 한 건당 5천 원쯤 남겨 장사를 했으니. 고작 1년 배운 부족한 실력으로 꽃을 팔아 수익을 많이 남길 순 없다고, 5월 한 달 동안 장사를 해보는 경험을 얻을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확고했던 것 같다. 숱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는 건 고맙다고 몇 번이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던 손님들, 피로를 잊게 했던 그들의 환한 얼굴이다. 그들의 눈에도 보였던 거다.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이. 누군가를 위해 들이는 정성과 선물이 얼마나 큰 행복을 일으키는지 배웠다. 그리고 그 행복은 고무공처럼 튕겨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도.

이 정도면 내가 왜 트렌디하지도 않고, 딱히 시의적절하지도 않은 지금 왜 선물가게를 열었는지 설명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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