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아팠다.
삶에 여유가 있다는 건 이런 거지 싶었다.
아플 때, 약 사 먹고 푹 쉴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 말이다.
2
아무튼 푹 앓고 일어났다.
아픈 잔기운을 마저 떨치려고
이것 저것 손 댔지만 마땅히 잡히는 일거리가 없었다.
바쁘고 거친 심사를 달래보려고 흰 파일 열어놓고 자판을 타건해도
뇌가 마비가 되었는지 몇 글자 못 적고 쓰다 멈추다를 반복,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에 비해 쓴 내용도 조금이었고
그나마 마무리도 못하고 중간에 놓아버렸다.
3
쓰다 말다가, 적다 말다가, 키보드 치다가 생각하다가...
이걸 정말 오늘 하루 종일 했다.
그렇게 그걸 쓰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도망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시려는지? 이 글도 지금 두 시간째 붙들고 있다.
-몇 줄 안 썼는데 이 글이 두시간 짜리? 우하하하!-
...라고 하시면, 난,
....슬포.
4
맑은 날만 지속되면 사막이 되어 버리니
궂은 날도 있어야 숲이 우거질 수 있다고 했다.
어디 기후, 자연만이 그러하겠나?
사람의 감정도 웃을 때 있으면 울 때 있고,
건강도 좋을 때 있으면 나쁠 때 있고,
일도 유난히 잘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별 수를 다 써도 안되는 날이 있다.
그 일의 경우가, 먹고 사는 생계의 영역에 있다면
희로애락이 참 극명할 것이다.
5
몸이 아프다 나았는데 시원찮고,
작업도 별로 잘 진행이 안되고...
오전 내내 집중해서 작업에 몰두했지만 완결된 글이 안 나오고...
웹의 국어사전에서 내린 정의가 이렇다.
'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비정상적인 상태로 달라짐.'
'환장'의 사전적 의미이다. 내가 정말 '환장'하겠다.
왜 이렇게 안 써지는 걸까?
집에만 있다 보니 소재가 고갈되었나?
어라? 유의어로는 '실성'이 있단다.
끄음... 거기까진 아니다.
6
나의 작업은 전투적 생계형이라기 보다
향유적 생계형이라서 치열함이 좀 덜하다.
그래도 집중도 만큼은 전투적 생계형 작업을 하시는 분들
못지 않게 몰입도를 높여가며 일하려 한다.
오늘은 하늘이 흐린데, 뇌 속 날씨도 흐려서 작동이 잘 안되나 보다.
비가 오면 하늘이 맑아지고 푸르러지듯이,
곧 뇌도 맑게 잘 작동되리라 본다.
연쇄적으로 작업도 건강도, 호전되고 튼튼해지면 더할 나위 없고 말이다.
7
몸이 아팠던 게 요인이었는지,
뇌가 맑지 못했던 게 원인이었는지.
날씨가 흐렸던 게 이유였는지,
글쓰기가 원래 어려운 작업이라는 게 문제였을지...
한 가지로 정의되지 않은 다의적 요소들이 생각할 재미를 주는 것 같다.
여러모로 생각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난감하고 참~ 그렇다.
그와 더불어, 이상,
글 쓰는 게 '환장'하게 어려웠노라 고백하는 글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