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티의 평균수업 네번째 편, 여성의 주거와 안전
안녕하세요, ISTI입니다!
어느새 2021년이 단 50일도 남지 않은 시간이 왔습니다.
어느덧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통계를 살펴보는 걸 목표로 시작한 <아이스티의 평균수업>도 이제 두개의 주제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그동안은 저희 아이스티가 2030여성 당사자로서 궁금했던 주제와 통계를 살펴보고 팟캐스트와 브런치 레포트 주제로 선정해왔지만,
이번에는 저희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제 신청 이벤트를 진행해서 청취자분들과 팔로워분들이 신청해주신 주제를 여쭤봤었고, 그 결과 주거와 주거 안전 주제로 이번 편을 준비해봤습니다!
본격적으로 주제에 대한 설명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스타벅스 기프티콘 모두 잘 받으셨죠? 앞으로도 아이스티 이벤트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특히 ‘여성과 주거’ 주제를 추천해주신 hihizito님께 감사드립니다!
주거라는 주제는 아무래도 경제적 독립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주제인데요.
오늘 레포트에서는 ‘여성 1인가구 주거 통계’를 살펴보고
남녀 주거비용의 차이와 원인을 순서대로 짚어보려고 해요.
여성 주거에 대한 문제의식이 비혼주의와 같은 삶의 형태와 연결되고, 주거안전이나 경제적 독립과도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터뷰도 준비 중이니 이번 편도 다음 편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먼저 2030 여성의 1인가구 현황을 살펴볼게요.
2020년 기준 여성 1인가구 수는 약 333만명이며 2030여성은 약 101만명 정도입니다.
여성 1인가구의 규모는 2000년 대비 2020년 약 2.6배나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2000년과 대비해서 2019년에 20대 여성 1인가구수는 약 63만명이, 30대 여성 1인가구수는 약 43만명이 늘었어요.
또한 한국 사회에서 성별 무관 전체 1인가구 비중이 2000년대는 15% 수준이었다면, 2021년 9월 기준 처음으로 40%를 돌파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이라는 데이터 포털의 ‘서울 여성 1인가구의 주거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여성 1인가구 중 20대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령 중 20대가 7.8%로 가장 높고 이후 60대가 6.2%로 높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연령대는 25-29세라고 해요.
이 연령구간의 성별 분포는 지속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지만 2019년에 처음으로 여성이 남성을 넘었다고 해요.
서울에 젊은 여성의 1인 가구 증가율이 높은 이유에는 일자리가 많다는 점도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이고, 여성이 혼자 살기에 편리한 시설들이 많다는 점도 큰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2030 1인 가구 여성들은 현재 주택을 선택한 이유 1순위로 직장-주거 근접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2순위는 교통 및 문화 시설이네요)
또 2030 여성의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오피스텔 주거율이 가장 높다는 특징을 보여요.
오피스텔 주거율이 20대, 30대 모두 23% 수준인 반면, 다른 연령대는 한자리수 이하의 분포를 기록합니다.
현재 2,30대 여성 1인가구는 앞으로도 1인가구로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요.
최근 전통적인 가족관이 변화하고 있고, 결혼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주거 형태도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 또는 주거형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대표적으로 <이상한 정상가족>,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여성 2인 가구 생활> 등등이 있죠!)
여러 주거 형태가 있지만, 특히 현재 2030의 결혼의향, 결혼여부에 따라 앞으로의 가구 구성과 주거 형태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할 의향이 없는 20대 여성 1인 가구의 비율이 2019년 4%에서 2020년 15%로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합니다.
30대는 14%에서 19%로 상승했고, 여성뿐 아니라 같은 보고서 결과에서 남성도 20대의 경우 8%에서 15%로, 30대의 경우 6%에서 18%로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결혼 의향뿐 아니라 1인 가구 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는 1인가구 생활 지속 의향 또한 높게 보였습니다.
20대 여성 1인가구는 66%가 1인 가구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고 답했고, 30대의 경우 70%가 생활 지속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반면 남성은 이보다 낮게, 20대의 경우 54%가, 30대의 경우 50%가 1인 가구 생활 지속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와 같이 빠르게 2030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1인 가구 생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여성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이 무엇일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여성 1인가구, 남성 1인가구가 각각 혼자 살며 가장 걱정하는 게 뭘까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2020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 ‘안전’, ‘건강’이예요. 반면 남성의 걱정거리는 ‘외로움’, ‘경제’, ‘식사’입니다.
안전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보면, 2~30대 여성은 경제 다음으로 안전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는데요.
남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안전이 걱정 대상의 최하위입니다.
2030여성들이 혼자 살며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오프닝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물리적 독립은 경제적 독립과 맞닿아있어요.
경제적 독립에는 개인적인 준비도 되어있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도 뒷받침되어있어야 하겠죠. 10년 새 20대 성별 임금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하니, 저희가 첫 에피소드 노동편에서도 다루긴 했듯이 성별 임극격차 문제의 해소가 주거 안정성에도 기여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성별 임극격차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자면 2009년에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대비 98.5%였던 반면 오히려 2019년에는 92.3%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소득 이외에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할 주제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여성들에게는 주거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비용”이라는 추가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거침입 안전’의 경우 20대 여성의 불안도는 62.7% 수준인데 반해 남성은 9.9% 수준이에요.
2030 여성인 아이스티 멤버들 또한 대학생 때부터, 또는 그 이전부터 주변 지인들으로부터 주거침입 사례를 종종 들었고, 그 이전에도 가족으로부터 항상 "일찍 다녀라" "밤길 조심해라" 등등, 안전에 민감하겍 반응하게 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난 세대이죠.
또한 현재에도 언론에서는 매일같이 여성 1인가구 대상 성범죄나 주거침입 사례가 굉장히 많이 보도되고 있어, 이러한 안전에 대한 불안에 기여할 수 밖에 없죠.
직관적인 비교를 위해 "여자 집" 이라는 키워드와 "남자 집"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결과를 비교하자면, 아래와 같이 남자 집의 경우 인테리어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면, 여자 집은 방범, 안전, 범죄에 대한 결과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좀 전에 소개드린 통계에서도 2030 여성들의 걱정 2순위가 모두 안전인 걸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안전비용"이란,돈과 시간을 더 쓰더라도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겠다(한겨레 기사 "여성이 '안전 비용' 감수해야 하는 나라, 2017-10-22)는 일종의 비용을 뜻합니다.
이러한 안전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감당하게 되는 게 바로 안전 비용입니다.
사실 안전 비용의 범위는 주거뿐 아니라, 호신술 배우기 등 폭 넓을 수 있지만, 결국 주거 안전과 주거 관련 결정을 내릴 때 안전에 대한 불안이 더 높다면, 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한 질문에 ‘불안하다’고 대답한 여성 비율은 35.4%로 남성(27%)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특히 여성의 절반 이상이 범죄 발생(57%)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는데, 여성들이 뽑은 우리 사회의 가장 불안한 요인 역시 범죄 발생(26.1%)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렇다보니 여성, 특히 2030 여성에게 안전 확보는 주거 선택 시 아주 중요합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주거비용은 높아지고, 사회적인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개인이 부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나게 되겠죠.
이미 임금 격차로 성차별을 겪고있는 여성들이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되는 경우, 여성 1인가구에게는 추가로 더 큰 경제적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박미선 국토연구원의 '연령대별·성별 1인 가구 증가 양상과 주거 특성에 따른 정책 대응 방향' 연구보고서의 내용에서도 드러납니다.
안전 문제에 더 취약한 여성들이 비교적 안전한 지역과 거주유형을 찾다 보니 금전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결과인데요.
실제로 1인가구 전세 거주자 중 여성은 평균 전세가격으로 8,382만 원을, 남성은 7,902만 원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월세 거주자를 비교했을 땐 보증금에서 차이가 드러났는데, 월세 거주자 중 여성은 보증금 1,354만원에 월세 32만원인 반면, 남성은 보증금 1,006만원에 월세 30만원의 평균 부담 비용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소득 대비 비용으로 봤을 때에도 여성이 소득 대비 더 많은 주거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여성의 월 소득 대비 주택 임대료 비율을 보면, 20대 여성은 22%, 30대 여성은 21%였고, 20대 남성은 21%, 30대 남성은 14% 수준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여성들만 위험하냐, 남성들도 위험한 범죄에 노출되어있다"고 답할 수도, 아니면 반대로 "우리나라만큼 안전한 나라가 어디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주거침입을 비롯한 안전 문제에 미디어뿐 아니라 실제 사회현상적으로도 여성이 범죄에 더 취약한 것은 사실이고, 그와 동시에 1인가구로서의 주요 걱정거리도 여성에 한해서는 안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균 임금은 여성이 더 적지만, 안전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고 이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면 2030 여성이 전반적으로 남성 대비 범죄에 많이 노출되며, 이에 대한 불안감으로 안전 비용을 (특히 소득 대비) 많이 부담하고 있는, 주거와 안전에 있어서 더 취약한 계층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득, 안전 등의 문제와 맞물려서 여성 1인가구의 주거 문제가 있다보니 정부에서도 ‘여성 안심주택’과 같은 대안을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역차별 논란을 빚으며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는 2015년 천왕 여성안심주택 이후 관련 사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에 여성전용으로 운영되던 시설들도 최근에 재건축되며 대부분 행복주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은 안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거안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들은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1인 가구 포털’을 운영하며 1인 가구 관련 지원 사업이나 상담 프로그램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시로 서울시 지원사업인 <안심홈세트>가 있는데요, 이는 주거안전에 필요한 4가지 제품을 각 구청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현관문 이중잠금장치와 창문잠금장치, 휴대용 긴급벨과 스마트 안전센서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런 물품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된다면 참 좋겠지만, 주거안전을 위해 이중으로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여성들에게는 조금이나마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청 대상은 전, 월세 주택에 거주중인 여성 1인 가구에 한정되며, 서울시 모든 자치구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실 수 있으나 각 자치구별로 진행상황이 다를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자치구 홈페이지를 꼭 확인해주세요. 그밖에도 ‘안전도어지킴이’사업 등도 진행 중이니 확인해보세요!
지금까지 저희 2030여성의 주거형태, 비용과 관련된 통계를 다방면에서 살펴보았어요.
다음 4-2편에서는 청취자분들께 미리 요청드렸던 여성주거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여성 2인 가구 생활>이라는 책의 ‘토끼’ 작가님, '핫도그' 작가님을 팟캐스트에 모셔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
책 자체가 요새 핫하기도 하고, 부제가 ‘비혼 여성 둘이 같이 살고 무사히 할머니 되기 프로젝트’ 인만큼 많은 2030 여성들의 고민을 다루고 멋지게 고민을 타파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니 저희도 얼른 작가님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편에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