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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TI Nov 04. 2021

3-2. 여성의 건강을 다룬 책 #미괴오똑 #왕진가방

왕진가방속의 페미니즘 &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리뷰

안녕하세요,

ISTI입니다.


지난 리포트에선 생물학적 성차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질병 및 치료 부작용

의학 연구와 진료 성차별 양상 살펴보았는데요

 (지난 리포트, 4-1<여성과 건강> 리포트가 궁금하다면? 링크) 


이런 현상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는만큼, 이에 대한 대안적인 움직임도 의료계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리포트에서 언급했던 "젠더의학"인데요.

젠더의학은 성별에 따라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달리해야한다는 기조를 담은 의료계의 요구입니다.


지난 리포트에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의학적 판단의 기준은 ‘남성’으로, 여성은 ‘몸집 작은 남성’ 정도로 여겨 진단과 치료를 남성 기준으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는데요. 지금도 표준은 남성이라지만.. 몸집 작은 남성 취급은 너무하잖아요


물론 미국 국립 보건원에서 의학 연구에 여성과 다양한 인종을 포함하라고 요구했던 적도 중간에 있었지만,

성차를 진단과 치료에 반영해야한다는 기조 하에 연구가 진행된 건 비교적 최근인 2005년입니다.

200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서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차이가 1%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성별에 따라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달라야한다는 젠더의학 연구가 가속화 됩니다.


다행히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고려한 연구와 관련된 정책도 발표되어,

연구자들이 미국 국립 보건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연구에 왜 남성과 여성 대상자가 둘 다 포함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내용을 담는 게 필수 요건이라고 하네요.


한국에서도 “성차의학”을 중심으로 젠더의학이 태동하고 있는데요.

서울대학교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 센터장 김나영 교수의 주도로 의대생을 위한 ‘성차의학’ 수업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아직 성차(sex)를 주 구분점으로 연구하는 시도도 이제야 나타나고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섹스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소까지 포함하는 “젠더”를 중심으로한 젠더의학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저희는 이어서 젠더의학과 여성 건강에 드러나는 성차별을 다루기 위해 이번 리포트에서는

국내 최초 여성주의 병원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살림의원)의 추혜인 원장님의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한겨레21, 한국일보 등 칼럼니스트이자 '페미당당' 활동가 하미나 작가님의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책을 읽고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두권 모두 재미있게 읽은 아이스티의 강력 추천 스포만땅 리뷰는 팟캐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링크)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출처: 알라딘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은 아이스티의 피치우롱티님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책 버젼 같다"고 찬사를 할만큼 (피치우롱티 왈: 드라마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따뜻하고 다정한 치료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겨 있는 에세이입니다.


추혜인 원장님이 소속되어 계신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여성주의 건강관을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이 협동해 의료/복지/돌봄기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데요.

사실 너무나도 이 협동조합의 의원님을 모시고 팟캐스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모시기는 어려웠습니다ㅠㅠ.. 그렇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살림의원의 따뜻함과, 젠더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또한 추혜인 원장님께서 여성이 겪는 성차별을 줄이기 위해선 여성 의료인이 많아져야한다는 걸 체감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어, 의료계의 성차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계기가 될 책입니다.


특히 "왕진"이라는 개념은 ISTI 멤버들과 같이 서울에 거주 중인 젊은 세대에겐 조금 생소한 개념이었는데요.

병원에 오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도 진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에서는 왕진하는 경우들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원장님께선 더 나아가 치료의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위해 대안적인 요양병원 또한 준비 중이시니,

일반적인 형태의 병원 진료가 어려운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치료를 받을 기회를 주고자 하시는 점이 몹시 뜻깊게 느껴졌네요.


앞으로도 사회의 소수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다정함을 지니고 있는 살림의원이 앞으로도 따뜻한 사연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살림의원과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많아지길 바라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출처: 알라딘


제목부터 강렬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줄여서 미괴오똑)은 우울증을 앓는 2~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우울증을 둘러싼 여러 질문에 당사자의 이야기로 답하는 책입니다.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출발해 우울증을 진단, 측정, 치료하는 시스템에는 백인 남성들의 고정관념이 새겨져있음을 짚고,

여성 우울증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들여다볼 시각을 제공하는데요.


의학 발전 과정에서, 그리고 현 시점에도 시스템적인 여성 차별이 이루어지는 원인 (ex. 왜 의사는 젊은 여성의ㅡ 고통에 대한 호소를 의심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를 쉽게 설명해줄 뿐 아니라,

당사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여러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에게 너무나도 공감가는, 명료하게 사회구조적 맥락을 통찰한 문장들로 ISTI 팀원들의 심금(!)을 울렸는데요.


너무 좋은 문장들과 좋은 내용이 많아서 소감 이야기하다가 팟캐스트 녹화 시간 넘길 뻔했다는 후문이...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2030 여성과 우울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그런데 쉽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여성과 건강, 의료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 저희도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접하고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도 받은 기분이라 좋지만,

한편으로는 건강이라는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 앞에서도 여성이 차별받는 현황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래도 추혜인 원장님과 하미나 작가님처럼 달라질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야겠죠?!

;)


저희는 다음 주제로 건강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면서 모두에게 지극히 기본적인 주거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뵙고자 합니다!


늘어나는 여성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 1인가구의 주거 비용과 같은 현실적인 슬픈 이야기와 분노를 일으키는 주거 안전에 대한 이야기 등을 공유할 예정이니 다음 주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의 인상 깊었던 문단을 공유하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사심에서 나타나는 대놓고 책 홍보하기


'누가 제일 아픈 사람인가?'로 논의가 흘러가선 안 된다. 고통을 비교하는 일은 불가능할뿐더러 해롭다. 끊임없이 피해의 연대기를 나열하게 된다. 모두가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에선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다.

나는 이삼십 대 여성의 고통에 주목했지만 그것은 이들이 가장 아픈 사람들이서가 아니라, 이들이 고통의 목격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바라는 것은 이것이다. '이삼십 대 여성의 고통을 보아달라'라기보다는 (물론 그것도 있다) '이삼십 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달라.'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통해 한 번 쯤 당신 자신을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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