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티의 평균수업 세번째 편
안녕하세요,
I-STI입니다.
이제 2-30대도 코로나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된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여성의 경우, 새로운 코로나 부작용 증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었죠?
"백신 맞고 '공포의 하혈', 신고하게 해달라" 생리 이상 호소하는 여성들
백신 접종 이후 생리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있었으나,
이런 월경장애가 인과성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아 질병관리청의 백신 이상반응에 포함되지 않았었는데요.
10월 6일, 월경장애가 백신 이상반응 리스트에 추가될 계획이라고 발표됐습니다.
여성의 부작용을 과소추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이상반응 항목을 수정하기로 결정한 거예요.
여전히 인과관계가 검증된 건 아니지만,
이런 월경 이상 반응에 대해 연구해보겠다는 답변을 받게 된 거죠.
우리나라보다 먼저 월경 이상 반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연구는 미국, 영국, 유럽에서 진행되었는데요.
특히 미국에서는 생리와 관련된 백신 부작용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여성들이 직접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국가 기관에 전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리노이대 인류학과 케이트 클랜시 교수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생물인류학자 캐서린 리는 무려 여성 14만명의 사례를 모아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월경 이상 증상을 부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보고서가 화제가 되기 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미국 내 접종 중인 화이자ㆍ모더나ㆍ얀센 백신이 여성의 월경이나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오다가,
보고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분석해보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계기는 사실 클랜시 교수 본인이 백신 접종 이후 월경 이상 증상을 겪었기 때문인데요. 자신의 경험을 트위터에 공유했는데, 이후 몇개월동안 같은 증상을 호소한 여성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두 분이 백신 접종 후 생리량이 급증하거나 주기가 바뀌는 등의 변화를 겪었다는 여성들의 증언을 14만건 이상 수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월경 이상뿐 아니라 백신 부작용들도 인과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나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직접 경험이나 사례를 수집하여 화제를 끌기 전까지,
많은 여성들의 월경 이상에 대한 주장이 무시됐었다는 게 조금은 씁쓸한 부분인데요.
월경 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이번 편의 주제는 백신에 대한 반응뿐 아니라 깜빡 속았죠? 더 넓게 여성의 건강과 의료입니다.
여성이 의료계에서 상대적으로 차별받거나 배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는데요.
의료/건강에서 여성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며 좀 더 넓게는 젠더의학을 주제로, 두가지 문제의식을 짚어보려고 해요.
사실 비전문가에게 의료 부문의 전문 지식은 너무 어렵게만 들리고, 설명을 들어도 알쏭달쏭한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기에 저희는 간단하게
1) 성차가 반영되지 않은 연구, 진단으로 인해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있는지
2)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면, 연구 과정에서 또는 진단 단계에서 소외받고 있는 건지? 두가지 질문을 가지고 살펴보았습니다.
첫번째 질문부터 보자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질병/질환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지 알아봤는데요.
사실 차이가 있다면 당연히 그 차이 또한 고려하여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데 데이터가 잘 활용되고 있을 것 같으나... 안타깝게도 그렇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비의료인에게도 낯익은 질병인 심장병과 골다공증이라고 하는데요.
의료계에서 보통 심장병은 남성질환, 골다공증은 여성질환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발병 빈도의 차이 때문이지만, 그래도 여성이라고 심장병 환자가 없는 것도, 남성이 골다공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죠.
그러나 남성에게 골다공증이, 여성에게 심장질환이 생겼을 때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진단도구인 혈관조영술(angiogram)은 여성 환자들을 잘 진단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대부분 남성 대상으로 시험해 얻은 약물을 여성 환자들에게 처방하게 되기 때문에, 성차로 인한 약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지라도 이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부분의 영향으로, 심장병은 남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미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여성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하네요.
물론 성차가 반영되지 않은 진단으로 남성 골다공증 환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 누구에게나 생물학적 성차를 반영한 연구와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데요.
생물학적 성차를 반영하지 않은 연구는 남녀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만, 여성이 연구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더 흔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본격적인 <평균수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리뷰했던 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에서도 여성이 배제된 채 진행된 연구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요.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70% 높지만 뇌질환에 관한 동물시험은 수컷을 대상으로 할 확률이 5배나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여자들이 훨씬 많이 앓는 병에서조차 동물시험에 암컷을 포함하는 경우도 드문 걸 볼 수 있는데요.(ㅠㅠ)
2014년 논문에 따르면 여성 유병률이 높은 질병에 관한 연구 중 성별을 명시한 연구(44%) 가운데 암컷 동물을 시험한 연구는 1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성별을 명시한 연구 중에서뿐이니... 실제 전체 모수에서 암컷 동물을 시험한 연구는 10% 미만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ㅠ)
매년 200만 명의 여성이 불안증에서 뇌전증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에 바리움이라는 약을 복용하는데, 약을 제조하는 업체는 수십 년간 여성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3년 논문에 따르면 이 약은 한 번도 여성 피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임상시험을 한 적이 없고, 2015년 네덜란드의 한 신문은 바리움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시판약이 여성에게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의학연구가 진행될 때 여성이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이토록 많은 걸까요?
의생명공학 발전 이래 지금까지 의학연구에 있어서 “인간 표준”으로서의 신체조건은 키 170cm, 몸무게 70kg인 남자라고 합니다.
앞서 본 사례들만 생각해보아도 이 기준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그렇다면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을 경험하는 등의 데이터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남성이 이와 같이 의학 연구의 "인간 표준"이 된 건, 국내 젠더의학의 대표주자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과거엔 여성의 월경은 연구 과정에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여겨졌고,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생리하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서 제외되었다고 하니 할많하않입니다
하지만 소아가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듯, 남녀는 성호르몬의 차이로 인해 질병의 범위, 형태, 약물 반응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결국 남성을 표준으로 삼고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정의되어 왔기 때문에,
이 기준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발전한 분야가 바로 젠더의학이라고 합니다. (젠더의학에 대해선 3-2편에서 더 이야기해보기로~)
연구에서 제외되는 것 외에도, 진료 단계에서도 여성이 "표준"이 아니기에 오진을 받는 경우도 있을지 저희는 궁금했는데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디어에서 봐도, 아니면 전해들은 얘기들만 생각해봐도, 가슴의 갑작스러운 통증이 많은 사람들엑게는 제일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증상일텐데요.
놀랍게도 심장마비의 증상은 심장마비와 관련해서는 증상이 남녀가 다르기 때문에,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심장마비가 오진받을 가능성이 남성보다 50%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가슴과 왼팔의 통증을 여자는 경험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진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여자들은 특히 젊은 여자들은 아무런 가슴 통증 없이 복통, 숨참, 메슥거림, 피로만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상에서도 여성이 여성 본인의 건강과 질환을 이해할 때에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상식(?)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 질환은 많은 여성들에겐 낯설게 여겨질, 비뇨의학과와 관련이 있는데요.
I-STI도 그랬듯, 많은 여성들은 (그리고 어쩌면 많은 남성들도) 산부인과는 여성 환자만 있듯, 비뇨기과는 여성에게 방문할 일이 없는, 남자 환자들만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상인데요.
사실 비뇨의학과를 방문해 진료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인 “방광질환”은 여성 환자가 70%로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윤하나 교수는 "여성은 요도 길이가 짧고, 가까이에 질과 항문이 있어 세균 감염에 더욱 취약하며, 출산으로 인해 방광을 받쳐주는 주변 근육이 손상되면서 비뇨기질환이 생기기도 한다"며 "출산 경험이 없어도 폐경과 같은 호르몬 영향으로 비뇨기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와 같이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남성의 비뇨기질환은 대부분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은 생물학적인 원인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비뇨기질환에 노출되기 쉽다고 해요.
또 한국에서 성차에 집중해 소화기질환을 연구하시는 서울대 김나영 교수님이 계시는데요.
과민성장증후군, 위식도역류질환 등 기능성 소화기질환에 있어서 남성의 기능성 소화기질환은 주로 산, 그렐린 호르몬, TRPV1(캡사이신에 반응하는 수용체) 등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여성은 주로 우울, 불안 등 심리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나영 교수는 "여성은 스트레스 호르몬에 생리적으로 취약해 스트레스가 곧바로 전신에 전달된다"며 "따라서 여성의 소화기질환을 치료할 때는 심리적 요인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생물학적 성차가 진단과 치료에 반응되어야한다는 걸 강조하셨습니다.
다시 맨 처음에 얘기했던 백신 부작용과 월경장애 얘기로 돌아가자면, 이와 관련해서도 연구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되었다는 정보도 있었습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캐스린 에드워즈 교수는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두통이나 팔 통증 같이 사소한 부작용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받지만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었나요? 생리량이 많았나요?' 같은 구체적인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다른 백신 부작용과 마찬가지로 인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건 여전하나, 아예 고려조건에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어쩌면 여성으로서 인류의 반이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많은 여성들은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아서 고려하지 못한 경우도 있을 수 있죠.
그리고 백신 부작용뿐 아니라 이제까지 이런 조건들이 배제된 채 연구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오늘 여성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다음 3-2편에는 성별에 따라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달리해야한다는 접근법을 가진 젠더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건강만큼 중요한 건 사실 없잖아요?? 독자 여러분도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그럼 다음 3-2편으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