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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Apr 10. 2022

소울(2020) - 내 삶의 이유를 찾아서

현재를 즐기며 살아갈 용기

소울은 삶의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사뭇 진중한 주제를 다룬다. 픽사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현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더 와닿을 영화이기도 하다.


1. 줄거리 간략 요약  

중학교 교사이지만 전문 재즈 뮤지션으로 살고 싶어 하는 주인공 조는 평소 동경하던 밴드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할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일생의 가장 기쁜 소식을 듣고 흥분한 나머지 맨홀로 추락해 의식을 잃고 그의 영혼은 사후 세계로 진입하기 직전의 상태가 된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조의 영혼은 현장을 간신히 탈출하고, 신분을 속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지구 통행증을 완성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멘토 역할을 맡게 된다. 조는 지구에서 태어나기를 거부하는 영혼인 "22"의 멘토가 되고 지구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엄마, 이발사 데즈, 제자 코니, 도로테아 등 다양한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알아간다.

왼쪽이 조의 영혼, 오른쪽이 22이다. 22는 지구로 가지 않기 위해 거의 인류 역사 태초부터 버텨온 것으로 그려진다.

2. 내 삶의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에서의 삶을 끝낸 많은 멘토 영혼들은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에게 삶의 목적(영화에서는 지구로 떠나기 위한 불꽃으로 표현된다)을 찾고 성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빵, 운동, 음악, 정치 등 직업의 개수만큼이나 많은 불꽃 중에서 조는 본인의 불꽃은 음악이라고 굳게 믿는다. 본인은 피아노를 치기 위해 태어났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고 죽는다면 무의미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직업과 성취를 삶의 목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후반부에 22의 삶의 불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 조에게 소울 카운터 제리는 소울들의 삶의 목적을 정해두지 않았다고 하며, 조의 질문에 "단순하긴!(too basic)"이라 말한다. 또한 마침내 주인공 조는 평생 꿈꾸던 목표를 달성하지만, 원하던 밴드에서 공연 후 공허함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본인에게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순간들이란 일상적인 순간들을 향유할 때 오는 행복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을의 단풍을 즐기는 것, 아빠와 재즈 공연에 처음 갔던 순간, 기차 안에서 본 풍경들, 연인과 바닷물에 발을 담그던 순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화는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삶의 목적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일상적인 현재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발사 데즈는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인물이다. 데즈는 원래 수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딸이 아파 미용 공부를 선택하고 현재 이발사로 활동 중이다. 22는 데즈의 삶이 불행할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데즈는 본인 현재의 삶과 직업을 사랑하고 충만한 만족감을 가지며 살아간다.

[22]
Well, that's too bad. You're stuck as a barber and now you're unhappy.
음, 안 됐네요. 어쩔 수 없이 이발사가 되었으니, 지금 행복하지 않겠어요.

[DEZ]
Whoa, whoa, slow your roll there, Joe.  I'm happy as a clam, my man.
워, 너무 속단하지 마세요. 전 너무 행복해요.
Not everyone can be Charles Drew inventing blood transfusions.
모두가 수혈을 발견한 찰스 드류처럼 위대하고 대단한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중략)
That's why I love this job. I can meet interesting folks like you make them happy and make them handsome
제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예요.
나는 당신처럼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 기쁘게 하고 멋지게 해 줄 수 있으니까요.

 

3. 몰입의 두 가지 모습  

영화는 목표 성취를 위해 몰입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은 잠시나마 무아지경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를 육체와 영혼 사이의 공간에 이른다고 표현한다. 의식의 모든 순간이 살아 숨 쉬는 경험이 되는 무아지경의 순간을 아주 잘 묘사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무아지경의 경지는 양날의 검과도 비슷하다. 길 잃은 영혼도 무아지경의 영혼과 비슷한 상태이지만 길을 헤매는 것으로 묘사된다. 영혼들이 길을 잃는 이유를 영화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불안과 집착을 해결하지 못해서 길을 잃고 삶과 단절되지”


이 상태에 빠진 영혼들은 목표 성취에 중독된 워커홀릭, 그리고 강박에 빠진 영혼들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몰입하여 자신의 일에 소명(vocation)을 가지게 되는 것은 정말 큰 복일 테지만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 나를 잃어버린다. 건강한 몰입 상태를 유지하되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4. 나의 현재를 즐기며 살아갈 용기

소울의 메시지를 일상에 적용하는 것은 바쁜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과제일 수 있다. 나 역시 현재를 살지 못하고 일이 주는 자극에 취해 과도하게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일을 통해 내가 팀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잦은 야근으로 나를 혹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 회사 선배도, 팀을 옮기시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주시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했던 고마운 문구였다.

곧잘 무리하는 나이기에 의도적으로 잘 쉬어보자고 다짐해본다. 오래 일하기 위해서, 건강하게 일하기 위하여 현재를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많이 얘기해주려고 한다. 온전히 현재에 살면서 나를 챙길 수 있도록.


그러나 이런 다짐도 일상에 치이다 보면 쉽게 휘발될지도 모르겠다. 이에 소울을 보면서 했던 짧은 생각만큼은 마음에 잘 담아두고자 한다.

"아마 내가 죽기 전에 기억할 순간들은, 내가 계획하고 성취하려고 했던 것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즐겁고 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소한 순간들. 그런 맛깔난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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