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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Jun 05. 2022

스토너(1965) - 나만의 삶을 완성해가는 것

나는 내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1965년에 출간된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출간 당시에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06년에 재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50년의 시간을 넘어서 다시 사랑받게 된 이 작품은 스토너라는 인물의 인생을 통해 독자들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1. 줄거리 간단 요약

작은 농가의 외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농사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미주리 대학 농과대학에 입학하지만, 영문학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고 영문학도의 길을 선택한다. 파티에서 만난 이디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딸을 낳지만 실패와 다름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학문에 대한 열정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하지만 학과장 로맥스와 꾸준히 갈등을 겪으며 입지가 좁아져 간다. 또한 본인의 수업을 듣던 캐서린과 진심 어린 사랑을 나누고 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노인이 된 후 마지막 순간 암으로 죽기 전, 본인의 인생을 회고하며 영문학 조교수로써의 삶을 마친다.

2. 1인분의 삶

스토너의 마지막 문장을 읽을 때까지 뭔가 기묘했다. 빌런을 무찌르는 통쾌함도 없고 답답한 면이 많은 스토너의 모습을 보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스토너의 인생에서 행복은 찰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순간들은 책임과 함정들로 가득하지만, 이를 거부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는다. 그저 그만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살아간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딸 그레이스의 인생에 개입하여 딸의 비극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학문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단호하며 비겁한 제자인 워커의 행동을 눈감아주지 못한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본인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라고 회고한다. 이를 보며 우리 모두 본인만의 방식으로 1인분만큼의 삶을 완성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 속 빌런으로 등장하는 아내 이디스와 로맥스 역시, 스토너처럼 그들의 인생을 돋보기로 들여다본다면 본인들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삶을 완성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2인분도 아니고 결국 죽을 때까지 우리는 딱 1인분의 삶만큼을 완성해가는 것이라면 나도 스토너처럼 마지막 순간에 삶을 후회하지 않길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

스토너를 읽으며 나와 부모님의 관계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나에게 꾸준히 닥칠 불행들을 생각해본다. 스토너의 삶을 바라보면서, 나는 어떤 점들은 취하고 어떤 점들은 취하지 않을지를 되짚었다. 그렇게 나만의 1인분의 삶을 완성해가고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소설의 배경이자 여러 번 언급되는 미주리 대학교 실제 모습

3. 삶은 배움의 연속

스토너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보고 있자면 슬픔이 나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는 노래들이 생각난다 (9와 숫자들-평정심, 자우림-슬픔이여 이제 안녕 등) 이런 노래들이 스토너의 테마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독과 슬픔은 스토너의 오랜 친구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그의 삶에도 몇 가지 설렘과 행복의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배움을 통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공부하면서 영문학에 눈을 뜨는 순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는 무아지경의 순간들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캐서린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부분이었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합일될 수 있다는 배움이 특히 인상 깊다.


어렸을 때 두 사람은 마음과 몸이 별개의 것이며 서로 적대적인 관계라고 배우며 자랐다. (...)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체험이 먼저 찾아왔으므로, 이 새로운 발견이 오로지 두 사람만의 것으로 보였다.


스토너는 학문에 대한 즐거움을 대학 시절에 깨달았고, 진정한 사랑은 중년 이후에 알게 되지만, 반대로 어느 누군가는 진정한 사랑은 청년 시절에 알게 되고 학문에 대한 즐거움은 노년에 깨우칠 수도 있다. 배움의 시기는 각자의 인생에 다르게 찾아올 것이고 각자의 시간은 차별적으로 흐른다. 모두 각자의 시간에 맞게 삶을 배우는 것이라면, 조금은 더디어 보이는 나의 어떤 면들도 더 이해하고 아껴주고 싶어 진다. 나도 언젠가는 내 속도에 맞게 배우고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몇 년 전 스토너가 영화화된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 후 별 소식은 없는 것 같다.


4. 인생에 무엇을 기대했는가

스토너는 죽기 전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질문은 나도 내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돌아보면 나와 스토너는 비슷한 면이 많다. 스토너는 삶의 함정들을 일일이 다 경험하지만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요령이 없고 융통성이 없고 답답한 편이다. 이 점은 나와 비슷하다. 결국 나도 경험주의에 가까워서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체험해봐야 수긍하는 편이다.


하지만 스토너와 나의 차이점은, 나는 매 순간 나의 감정에 솔직하고 싶다는 점이다. 스토너처럼 버티는 삶이 아니라, 내 감정을 존중하며 살고 싶다. 정리해보자면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주체적이게 살기를 원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충분히 누리고 싶다.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 같은 다짐을 달성하고 편히 눈감을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 삶의 테마를 내가 정의해가는 거라면, 슬론 교수가 스토너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 슬론 교수의 문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그가 느리게 말했다. "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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