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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게.

by 빛날

참석해야 하는 수업에 늦었다.

급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동안 머릿속은 몇 분 정도 늦겠다는 계산을 했고

다음주 할 일의 계획을 세웠다.


내비게이션에서 열심히 말해주는 내용은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100m 남았다는 친절한 안내는 직진을 하는 순간 알았다.

아.... 우측으로 빠져야 하는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가 보다.

급하니 저절로 돌아가게 만들어지는 환경.

예정보다 22km의 거리가 추가되어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 와중에 또 생각했다.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이라 다행이다.


내비게이션에 눈과 귀를 조금 더 열고 가는데

표지판 커다란 글씨가 눈에 띈다.

'전방을 주시하세요!"

전방만 주시하다 옆길로 빠지지 못해 돌아서 가고 있는 중인디.


이왕 늦은 거

여유롭게 생각하고 시야를 확장한다.

새빨갛고 샛노랗고 애매하게 붉고 애매하게 노란 색색의 가을 낙엽이

하늘에서 현란한 에어쇼를 한다.


'아, 이거 보라고. 가을 충분히 느끼고 살라고. 경치 좀 보라고 길을 돌아가게 했구나.'


급할수록 돌아가게.

전방을 주시하게.

고속도로 낙엽 가게에서 주문을 걸었나 보게.


이렇게 해석을 하면 내 마음이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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