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도 아니고 약한 꽃도 아닌
나무인데 자꾸 넘어지는 나무는 슬펐다.
옆에 커다란 나무처럼 굳건히 서 있고 싶었다.
슬퍼하는 나무를 보고 커다란 나무가 말했다.
"뿌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야.
자리를 잡으면 넘어지지 않으니 기다려 보렴.
나도 그랬으니까."
'나는 매일매일 땅 속으로 조금씩 자리를 찾아 뿌리내리고 있는 중이야.
좋은 자리 잡으려고 그러는 거야.'
이리저리 넘어지면서도 작은 나무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커다란 나무가 훗날의 내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용비어천가-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
갑자기 이 문장이 떠올라서.
오늘도 나는 오늘만큼의 뿌리가 내려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