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현 Dec 12. 2021

#0 추운 겨울을 또 견디지 않아도 될 네가 다행이야

나의 작은 숲속 고양이 (My little forest cat) 인트로

실제 캣맘 활동 중 만난 고양이와의 이야기를 상상력을 더하여 서술한 픽션입니다. 그 과정에서 의인화 및 가상 인물이 추가되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길고양이 둥둥이. 얼마 전부터 조금씩 기운이 없어 보이더니 오늘은 먼 곳에 시선을 보내고는 한참을 제자리에 앉아만 있습니다. 오랜 세월 까맣고 둥글둥글한 요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왔지만 아직은 보내줘야 할 때라는 걸 인정하기가 싫었습니다. 길고양이가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작 5년남짓. 둥둥이는 좀 더 곁에 있어 주었지만 그렇다고 긴 시간 함께하진 못했습니다.




멀리 향해 있던 둥둥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습니다.


"아줌마 고마워요."


둥둥이가 인사하는 듯 눈을 깜박입니다. 가까운 바위 위에 앉아 나를 지긋이 바라봐 주는 까만 고양이 둥둥이.. 왠지 둥둥이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습니다.  숲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나뭇가지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몸을 감싸며 한기가 느껴집니다.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추운 숲의 겨울을 다시 겪지 않아도 될 둥둥이가..


"고롱고롱.."


어느새 내가 앉아 있던 벤치의자의 옆으로 다가온 둥둥이는 나에게 부비부비를 하며 고로롱거립니다. 이렇게 귀엽고 착한 고양이 둥둥이.. 그런 둥둥이를 바라보자 둥둥이가 하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내 추억과 둥둥이의 추억 속에 함께 살아 있는 둥둥이의 이야기들.. 그리고 둥둥이가 사랑한 숲의 고양이들..






저는 오래된 나무가 우거진 숲이 있는 공원에서 살고 있는 둥둥이입니다. 돌봐주던 아줌마는 제가 어릴 때 깜둥이에 둥글둥글하게 생겼다고 둥둥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죠. 사실 좀 촌스러운 이름이라 생각은 하지만 다들 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해서 지금은 둥둥이라는 이름이 당연히 제 이름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 고양이들은 세상에 돌아올 때는 알 수 없지만 떠나야 할 때는 본능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곧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사랑하던 고양이들은 모두 먼저 떠나 버렸습니다. 엄마도 형제들도 동네형도 대장 아저씨도.. 그렇게 먼저 떠난 고양이들은 고양이 별에 가면 만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줌마는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릅니다. 만날 수 있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사람은 우리 고양이들보다 오래 살고 그 후에도 우리가 있는 고양이 별로 찾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사람과 고양이는 같은 시간을 살지만 같은 시간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아줌마의 무릎을 비비고 있는 지금 조금 더 슬픈 생각이 듭니다. 아줌마는 언제나 따듯하게 저를 불러주었습니다. 아줌마는 언제나 저의 추억 속에 함께 있었습니다.


"냐~냐~~~"


아줌마를 나직이 불러봅니다. 아줌마는 그런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줍니다. 기분 좋은 감촉에 저도 모르게 고로롱거립니다.


옛날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아줌마와 함께한 이야기들이나 다른 고양이들과의 이야기들이 떠올라 아줌마에게 들어 보겠냐고 물어봅니다.


아줌마는 사람이고.. 저는 고양이라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지만 지금이라면 왠지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아줌마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주고받으며 옛날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행복했던 그리고 슬픈 이야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